엄연한 소프트웨어(SW)인데도 공공 시장에서 쉽게 차별받는 대상이 있다. 정부는 이번 SW생태계 구축전략과 SW산업진흥법 개정법률안에서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 분야는 특히 정부가 나서서 주요 전략산업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한 주요 기술영역과 관련성이 높다. 흔히 공짜로 오해받곤 하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기반 SW, 바로 ‘공개SW’다.
글로벌 IT 세계에서 공개SW 기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마트플랫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융합IT 등 온갖 분야에 핵심 부문을 맡고 있는 것이다. 서버 운영체제(OS)인 리눅스는 물론이고 모바일OS 구글 안드로이드, 개방형 클라우드 솔루션 오픈스택, 빅데이터 대응을 위한 분산처리기술 하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융합IT 등 공개SW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기술 분야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정작 국내서 공개SW 활용과 이를 위한 시장 기반 조성에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 연구과제를 발주해 공개SW 결과물을 숱하게 내놓으면서 이를 꾸준히 활용하고 국내 인재들이 기술력을 쌓아올리도록 돕는 일에 인색했다는 얘기다. 이번 편을 통해 공개SW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짚어 본다.
[연재 순서]
①SW생태계 전략, 이대로 괜찮은가
②SI 전문 엔지니어 구제는 관심 밖
③독립SW개발자와 벤처CEO의 고민
④공개SW없는 최신동향 대응은 모순
■지경부, 클라우드-빅데이터 정조준
올초 지식경제부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취지로 전체 연구개발예산 1천400억원가운데 355억원을 할당한 22개 신규과제를 확정했다.
빅데이터는 기존 데이터 처리기술로는 그 용량과 다양성을 적절한 속도로 대응, 처리할 수 없었던 정보를 가리킨다. 빅데이터기술은 ‘걸러낸 데이터’가 아닌 새로운 관점의 데이터를 받아들여 활용케 해주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서는 공개SW계열 분산처리기술 ‘하둡’과 ‘NoSQL’로 불리는 일군의 공개SW계열 비정형데이터 저장기술에 대한 도입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 상용SW로 불가능한 데이터 환경을 감당하기 위해 공개SW 기술을 통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 빅데이터 기술개발 선정과제는 '빅데이터 분석, 관리SW 원천기술'. ‘웹을 통한 기기간 연동 및 최적제어, 모니터링 SW’ 등 핵심 미들웨어와 응용SW 과제 3개를 기획, 연내 73억원 가량, 4~5년간 34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활성화와 모바일기기 보급으로 급증한 자연어 정보와 이미지, 위치정보 등 센서 데이터로 쌓이는 자료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목적을 제시했지만 공개SW 기술을 쓴다는 얘기는 없다.
이와 별개로 클라우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IT 자원을 유연하고 규모가 변적이며 관리가 자동화된 환경에서 즉시 빌려 쓸 수 있는 인프라를 상징한다. 전체 시스템이 아니라 사용한 만큼의 자원에 대한 대가만 지불해 쓸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함의한다. 이를 위한 국내외 상용SW 기술들이 역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주요 구축사례에 빠지지 않는 화두가 오픈소스다. 이를테면 ‘오픈스택’이라는 구축솔루션과 오픈소스 가상화, 서버OS 등을 통해 광범위한 인프라를 묶어 활용한다는 시나리오다.
지식경제부 클라우드 기술개발 선정과제는 에너지 절감OS 원천기술만 5년짜리고 나머지는 3년짜리 과제로, 전체 8개 과제에 올해 116억원가량, 전체 378억원 예산이 투입을 예고했다. 내용은 '대규모 사용자가 동시접속 했을 때의 부하를 경감시키는 파일시스템', 에너지 30%이상 절감 가능한 범용 운용체계(OS) 핵심 원천기술 개발 등 8개 과제인데 역시 공개SW 관련 언급은 전혀 안 나온다.
그나마 IT융합 분야 가운데 웰빙형 정보기기, 스마트TV, 모바일 솔루션, 3개 영역을 주제로 국내 대학에 문을 연 SW플랫폼 연구센터 사업이 공개SW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통상적인 공개SW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 초기 3년간 개발하고 나서 소스코드를 공개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개SW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밑바닥부터 새로 만들어 대체 3년 뒤 어느 누구를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행정안전부의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중앙부처 정보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며 공공분야 공개SW 활성화 측면에서 지식경제부보다 앞서 있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오는 2016년까지 그 구성 SW가운데 40%를 공개SW 기반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적용된 공개SW 비율은 23% 수준이다. 올초 기존 통합센터 웹사이트 기반 기술도 상용SW였던 운영체제, 웹서버, 웹애플리케이션서버,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공개SW로 대체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같은 행정안전부 추진계획도 전혀 원활하거나 적극성을 띤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공개SW 시장 형성은 수수방관
한 오픈소스 솔루션업체 대표는 “우리나라는 공개SW 사용자로서의 역할만 있었지 생산자로서 역할은 거의 미비한 실정”이라며 “산업 관점에서 공개SW 중요성이 날로 커가는 추세에 발을 맞추려면 시장 형성이 중요한데 특히 공공부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전부터 공공기관과 정부 시스템 구축에 비용 절감을 화두로 활용도와 제도 정비와 예산 지원이 시급한 영역이었는데 공개SW는 이런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선택사항의 하나일 뿐이었다. 앞서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의 엇박자 행보로 알 수 있는 점은 역시 정부가 공개SW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NIPA 연례행사 공개SW개발자대회가 점차 규모를 늘려 개최될 상황이지만 그 지원 예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공공정보화사업 경험이 많은 국내 대기업계열 SI의 소속 엔지니어는 “주요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사례를 훑어보면 외국계 상용SW 솔루션 업체와 대기업SI가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허울뿐인 정부의 공개SW 활용 의지에 일침을 가했다.
즉 정부가 한쪽에선 공개SW 생태계 활성화와 기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 그 결과물을 활용하는 쪽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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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간 정부에서 선진적인 사업 수주, 발주 체계에 공개SW 도입 이후 유지관리를 위한 대가 산정기준 관련 문제를 거의 언급한 적이 없었다. 공개SW를 활용하는 발주기관은 제품 공급가 없이 구축 서비스 비용을 100%로, 사후 유지관리를 그 10% 수준으로 책정해왔다. 상용SW 위주로 구성된 대가산정 체계에 별도 분류지침이 없는 공개SW 관련 내용을 끼워맞춘 결과다.
그나마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위해 제도 정비에 나선 점은 다행스러운 일로 비친다. 일례로 정부는 공공정보화사업시 수요가 발생하는 공개SW 서비스 개념을 상용SW 유지보수와 혼동되지 않게 별도 용어로 대체하고 예산편성지침을 고쳐 공개SW서비스 이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제도 개선과 내년 적용을 목표로 진행중이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