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을 꾀하는 정부 정책이 보이는 여러 빈틈을 지적했다.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에 발목을 잡은 정치권의 파행이 업계 실망을 던진 모습을 묘사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결구도의 적정성 문제와 SW융합 분야에 우려되는 대응 불균형을 지적했다. 또 정부 인식상의 문제로 시스템통합(SI) 업계와 독립SW개발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함과 더불어 관행적 병폐인 SI업계 종사자들의 당면 문제가 개선되지 못해왔음을 다뤘다.
논외로 했던 현업 독립SW개발 업계에 속하는 이들은 정부 정책 구상에서 거의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정부의 공생발전형 SW생태계 안에서 ‘깍두기’로 간주된 셈이다.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독립SW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흔히 말하는 서비스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벤처SW회사 구성원, 또는 본업이나 향후 목표 진로를 따로 두고 있으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으로 SW를 만드는 개인이나 팀 또는 커뮤니티 등이다. 국내서 1인 SW개발 기업으로 활동하는 현직 개발자와 소규모 벤처로 시작해 중소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의 CEO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연재 순서]
①SW생태계 전략, 이대로 괜찮은가
②SI 전문 엔지니어 구제는 관심 밖
③독립SW개발자와 벤처CEO의 고민
④공개SW없는 최신동향 대응은 모순
적어도 확인한 바로는 정부의 SW산업진흥 정책을 반기는 경우가 없었다. 이들의 고민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컸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거나,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극단적으로는 제발 방해나 하지 말아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또 자신이 내는 세금이 아깝지만 정부 지원을 요긴하게 활용해 연명하는 민간 기업도 있으니 눈감아준다는 게 가장 우호적인 입장일 정도다. 대체로 정부란 존재 자체를 못미더워 한다는 얘기다.
■1인창조기업, 커뮤니티 기반 SW벤처 고민은
일단 소규모 팀이나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독립SW개발 업체 대부분은 기업 활동에 발목만 안 잡으면 정부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재 중고등학교, 대학교나 대학원에 속한 학생개발자들은 모바일 앱 개발이나 자체 솔루션을 만드는 활동을 하며 정부의 창업지원을 받거나 현상 공모전에 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창업자들은 자체 이름을 내걸고 윈도, 맥, 리눅스같은 데스크톱 운영체제(OS)나 iOS, 안드로이드같은 모바일 앱을 만들고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SW소매업체’ 또는 아이디어 중심의 신규 ‘서비스 운영사’를 꿈꾼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공모전 등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대신, 벤처캐피탈이나 엔젤 투자사들의 손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IT벤처 분야에서 투자를 받을 기회나 조건은 시원치 않다는 보고가 있다.
지난달 만난 한 웹기반 스마트폰 관련 벤처 서비스 업체의 재무책임자는 “최근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잠깐 투자사들에게 제안서를 돌리며 도움을 구했는데 터무니없이 불리한 요구에 (투자받기를) 포기했다”며 “그들 속내는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전혀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 회사 입장에서 관심을 끊고 트래픽과 회원수 늘리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업체는 정부의 창업지원 수혜를 받아 일어섰는데 서비스 운영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단지 지원이 끊긴 이후 수익성에 위기가 있었을 뿐이었다. 원칙적으로 정부 지원은 중복해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식으로 정부 지원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더라도 미흡한 사후 관리로 지속성을 잃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정부의 관심은 그러나 이미 창업된 이들에게 돌아갈 여유 없이 또 다른 창업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소규모 독립SW 개발 또는 서비스 운영 업체로 남아 유료 앱 판매 수익을 내거나 무료 앱에 광고를 붙이는 비즈니스 모델로 생존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2~3년간 성황이었던 독립 모바일 앱 개발자나 팀들은 현재 대부분 소멸했다.
또 다른 웹기반 서비스 벤처업체의 개발자 출신 대표는 “경영 실적이 현상유지 또는 미약한 성장세를 보이는데 이를 끌어올릴만한 뾰족한 서비스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해 고민중”이라며 “요새 창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긴 한데 신규 서비스 하나 성공시키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중소벤처 생태계 활성화 전략’을 눈여겨볼만하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성장단계별 자금난과 기업간 거래관계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R&D 기회를 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산업대책인 만큼, SW기업 대상이 아닌 모바일 앱과 콘텐츠 등 ‘방송통신’ 분야 벤처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아쉽다.
이는 R&D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기회를 주고, 기업간 인수합병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과 절차 간소화,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을 돕는 내용이다. 또 중소기업들을 창업기, 성장기, 정체기, 재도약기로 구분해 기업 성장 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지원과 중소벤처들에게 코리아IT펀드(KIF)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규모가 다르면 고민도 다르다
현재 이 회사를 포함해 거의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시스템을 갖춰 움직이는 전문 개발업체만 남았다. SI 형태로 수익성을 갖춘 동시에 자체 서비스나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병행하는 회사가 현실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
정부는 이들을 돕는 대신 때때로 그 창업자를 불러다 놓고 차기 정책연구를 위한 조언가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이 이러니 당초 정부 지원을 통해 1인창조기업이나 벤처업체의 궤도에 올랐더라도, 이후 정부 정책에 관심을 끊는 건 필연적인 듯하다.
사업모델이 안정권에 들어서는 동안 규모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의외로 규모가 늘어난 것 때문에 곤란함을 느끼는 벤처 창립자 겸 대표들이 많다. 초기 소수 인원으로 집중해온 환경에서 분산된 인력, 사무실을 옮겼다면 더 넓은 공간, 늘어난 공유 자산, 지켜야 할 사내 규칙 등 관리 요소가 훨씬 늘어난 데 따른 부담이다.
한 유통 관련 웹서비스 업체를 세운 개발자 출신 대표는 초기 창업 동료들과 자체 개발한 서비스플랫폼을 유지하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운영 1년 반만에 직원 수를 3배쯤 늘렸다. 대표는 회사 경영과 병행해 이들을 팀으로 구분하고 각 팀장을 통해 간접적인 인력 관리를 하면서 아예 개발에서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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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창업 초기 정부의 기술기업 지원 대상자였다. 당시 고민은 정부가 요구하는 지원금 명목이 집기, 임대공간, 인건비 등으로 쪼개져 있어 원하는대로 쓰기 어려웠다는 부분이다.
현재 고민을 묻자 “수익성 개선과 개발자 영입”이라며 “또 벤처 회사 경영하는 입장이라, 입사하면 여기가 기술적으로 세련된 곳이라 배울 게 많을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줄만한 브랜드 전략을 생각중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