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CIO가 말하는 클라우드의 여정

일반입력 :2012/04/10 10:19    수정: 2012/04/10 11:38

클라우드 컴퓨팅은 단순히 가상화와 같은 기술을 도입해 인프라 환경을 현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조직의 프로세스, 문화, 역할분담 등 제반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다. 그냥 솔루션 패키지 몇 개 사다 설치하면 끝이 아니란 얘기다.

문화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정답이 없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클라우드 도입 방법은 달라진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수년째 국내 IT업계의 화두다. 여전히 클라우드는 이제 실제 도입의 시작단계에 돌입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EMC의 산제이 머천다니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최근 방한해 국내 기자들과 만났다. EMC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인 2004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시작했다. 그는 8년 동안 이 회사의 클라우드 도입을 진행한 주역이다.

IT솔루션기업의 내부 IT조직 수장에게 ‘클라우드로의 여정’에 대한 조언을 들어본다.

■가상화부터 비즈니스 전체에 대한 고민까지

EMC는 그동안 3단계에 걸쳐 클라우드 도입작업을 진행했다.

1단계는 가상화 인프라 도입시기다. EMC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x86기반 환경으로 30~35%의 가상화 적용률 달성했다. 개별적으로 나눠졌던 시스템을 계층화, 가상화된 환경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었다.

2단계는 주요 기업 비즈니스 지원단계다. EMC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현업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 60%를 가상화 환경으로 이전했다. 전체 가상화 수준은 70%대에 도달했고, 이때 운영비용(OPEX)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작업도 이때 시작됐다.

3단계는 비즈니스 민첩성 확보를 위한 작업이었다. 인프라의 전환을 넘어 전체 비즈니스를 고민한 시기다. 현업의 수요에 따라 IT 자동화를 구현·운영하고, 사용량만큼 과금하는 IaaS의 본격적인 시행이 이때 이뤄졌다. 가상화 수준은 86%에 이르렀다. 텍사스주 더럼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완공됐다.

EMC는 1단계에 8천6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고, 2단계에 최신 기술을 거의 대부분 적용하고도 1천700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3단계에 사용한 내역을 확인(ShowBack)해 과금을 부여(ChargeBack)하는 IaaS 모델 정착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자세

산제이 머천다니 CIO는 클라우드 도입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로의 여정을 진행하려면 출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며 “클라우드 환경에 더 가까워 질수록 어디서 출발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어느정도 효율성과 생산성 개선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에 유턴은 없다”라며 “가상화의 여정을 시작하면 이후 모든 것이 가상화에서 서포트되는 방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IT조직 인력에게 필요한 교육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비즈니스 혜택을 구현하려면 IT조직이 독점적인 공급자가 아닌 경쟁력을 갖춘 공급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단위로 새 서비스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솔루션이나 서비스 형태로 소비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비용기반의 IT모델에서 가치기반의 IT모델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통합된 클라우드 아키텍처 상에서 관련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서비스 비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직을 클라우드에 적응시키는 방법

인프라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를 운영하고 이용하는 조직의 변화는 이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IT부서 내부적으로도 인력들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

산제이 머천다니 CIO는 IT인력이 어떤 새로운 기회를 얻는지 언급했다. 그는 IT종사자가 특화된 분야에 더 깊이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융합된 인프라를 위한 광범위하고 새로운 스킬을 갖출 기회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 환경엔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발생하는데, 이는 클라우드 롤이라 불리는 것으로 3년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IT조직에 있는 사람도 비즈니스 전반과 재무에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새로운 정보와 가치를 이끌어내는 게 IT종사자가 새롭게 갖춰야 할 역량이란 설명이다.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위한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EMC CIO는 IT조직을 바꾸지 않고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역시 조직적으로 클라우드로 새로운 기회로 보긴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동의했다.

그는 “가상화 수준과 IT의 서비스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딱딱 구분된 조직구성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라며 “인프라의 융합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방식 자체가 변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직변화의 고려 사항으로 ▲핵심역량 ▲역할 ▲조직 등 3가지를 들었다. 이는 일을 진행하는 순서기도 하다.

일단 핵심역량이 어디에 필요한가를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도출한 핵심역량을 기준으로 조직원의 역할을 정의한 후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EMC는 핵심역량, 역할, 조직화 순을 따랐고, 서로 떨어졌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개발하거나 이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최적의 방식을 찾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클라우드로 가는 길

그는 EMC가 가상화를 도입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가상화 수준 35% 도달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부터 그를 방증했다. 그는 “시작할 당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적었고, 인력 스킬수준도 높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남들보다 빨리 시작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얻은 교훈은 가상화와 레거시 양쪽에 발을 동시에 담그는 시간이 길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양쪽에 한발씩 너무 오래 담그고 있어선 안되고, 가상화 혜택을 더 빨리 얻을 수 있게 움직여야 한다”라며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중요한 건 새로운 것 몇가지를 집어넣느냐가 아니라 기존 것 중에서 얼마나 많이 빼내느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IT조직을 총괄하는 CIO로서 하는 일에 대해 항상 동료, 다른 조직의 임원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의미있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 호환성과 안정성, 데이터 무손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가상화 도입 시 걱정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는 “리플랫폼 단계는 사전에 잘 계획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하는 여러 도구나 프로세스, 스킬이 있는데, EMC 컨설팅과 다양한 파트너를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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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엇보다 최대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야 자동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의 포팅이 가능해진다”라며 “하나씩 마이그레이션 하지 말고 전체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마루를 쓸어담 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MC 홈페이지에 리플랫폼 관련 EMC의 자체 기술과, 다양한 기술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