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투자의견 강등 쇼크...왜?

일반입력 :2012/04/10 09:43    수정: 2012/04/10 11:16

김태정 기자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에 대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투자의견 하향 평가가 나왔다. 세계 이동통신사들의 아이폰 보조금 지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9일(현지시간) BTIG 증권은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월터 파이식 BTIG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애플은 신흥국 시장서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며 “신흥국은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드물어 애플이 고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에 휴대폰 판매 장려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동통신사 홀로 대당 수백달러 보조금을 부담하며 아이폰을 팔아왔다. 아이폰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이유다. 국내서도 판매 장려금이 없는 애플의 정책은 같다. 아이폰은 이동통신사가 제 값을 내고 구매, 애플 도움 없이 판매가를 내린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받기 어려운 대우다.

예컨대, 지난해 출고가를 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2는 84만7천원, 애플 아이폰4S(16GB)는 81만4천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5만5천원 요금제 가입시 실 구매비가 두 제품 모두 20만원까지 내려가도록 삼성전자는 보조금 일부를 분담하지만 애플은 지갑을 닫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80~100만원에 스마트폰을 팔면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모으기가 영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객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부를 제조사에게 부담시키는데 애플은 예외”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의 애플 특별대우는 ‘아이폰 파워’를 믿었기 때문이다. 아이폰만 내밀면 가입자 늘리기가 쉬워 보조금 지급에 따른 손실 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역습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이폰이 여전히 히트상품이지만 안드로이드 제품들을 압도하지는 못한 것. 오히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스마트폰 판매량 1위가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일 것으로 월가는 추정한다.

아이폰 보조금에 따른 타격이 예상보다 큰 것도 주목된다. 지난해 4분기 미국 AT&T는 67억달러, 버라이즌은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애플은 쏙 빠진 아이폰 마케팅비가 주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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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애플이 보조금 지급이 드문 신흥시장서 승부를 내려고 하자, BTIG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보조금 없이는 신흥시장 승부가 어렵고, 신흥시장서 실패하면 안드로이드와 경쟁이 치열한 선진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BTIG는 “아이폰 평균 판매가인 600달러는 신흥국 고객 소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보조금 없이 승부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