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 사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다소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주민번호 수집이 전면 제한되면서 혼란이 불가피해진 사업자들은 기존 법령과의 충돌과 이용자 혼란, 대체인증수단 부족, 사업자 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방통위는 최대한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개정안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주민번호 수집·이용 제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정통망법 개정안 취지를 설명하고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방통위는 개정된 정통망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일일 방문자수 1만명 이상 웹사이트부터 단계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수집된 주민번호 역시 2014년 8월까지 파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방송·통신·인터넷 사업자들은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 시행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창능 씨앤앰 팀장은 “정통망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들은 명의도용 예방, 미성년자 확인, 법정대리인 확인, 사회복지 감면 등 본인확인 수단으로 주민번호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해당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정통망법, 청소년보호법, 게임법 등에서 규정한 연령확인이나 본인확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주민번호를 수집할 경우 이를 개정안에 명시된 예외 규정으로 허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개정안은 ▲법령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법령에서 이용자의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을 허용하는 경우 ▲영업상 주민번호 수집이 불가피한 서비스 제공자로 방통위가 고시하는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한다.
박의원 이베이코리아 차장은 “방통위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려다 보면 다른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유관부처 협의를 통해 법적 의무 이행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주민번호 활용을 고시상에 예외사항으로 두는 방법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진규 NHN 개인정보보호팀장도 “국내 각종 법제도에는 주민번호를 활용해야하는 법령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외조항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이 법이 가진 의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통망법 개정안은 본인인증이나 연령확인 등을 위해서 주민번호가 광범위하게 수집되는 데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됐다”며 “사업자 불편이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이를 예외로 인정하면 그 의미가 희석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령상 명시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이 허용된 경우나 주민번호 없이는 도저히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도 기본적으로 법령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경우나 법률 상 사업자에게 본인확인이나 연령확인 의무가 주민번호 외에 다른 수단을 규정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게임, 포털 등에서 셧다운제, 게임과몰입 예방, 유해매체 유통 금지, 아동 회원가입 제한 등을 위한 연령확인에 사용되는 경우 ▲포털, 언론 분야에서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조치를 이행하는 경우 ▲쇼핑, 게임, 마일리지 등 분야에서 계약 이행, 명의도용방지, 분쟁해소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거래기록과 관련 식별가능 정보의 보존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저장하는 경우도 원칙적으로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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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당하는 사업자들은 아이핀 등 대체수단을 사용하거나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휴대폰 인증을 통해 금융사, 신용카드사, 통신사 등 인증기관에서 이름, 생년월일, 연령확인 정보를 제공받아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 조합을 통해 사용자를 식별하거나 결제시 아이디, 패스워드 외에 결제 비밀번호를 추가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십수년간에 걸쳐 주민번호를 통해 손쉽게 개인을 식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해 다양한 IT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 만큼 주민번호 수집을 최소화하고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