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다음(Daum)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본 최대 모바일게임사 디엔에이(DeNA)와 손잡고 출시한 모바일게임 플랫폼 ‘다음 모바게’가 서비스 오픈 한달을 맞은 현재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서 제공하고 있는 ‘위룰’, ‘닌자로얄’, ‘괴도로얄’, ‘원더코브’ 등 7종의 게임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각족 집계에서 순위 100위권에도 오르지 못하며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전체 앱 다운로드 수도 미미한 수준이다.
다음 모바게의 가장 큰 문제는 인지도다. 모바게는 1천500여개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며 일본 내에서만 약 3천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아직 낯선 브랜드다.
다음 모바게가 위룰과 같은 해외 유명 게임을 한글화해 서비스하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역시도 플랫폼 홍보 효과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국내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전 해외 계정으로 위룰의 영문 버전을 즐긴 이용자들이 많아 한글판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룰 더 스카이’와 같은 국산 게임이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 편의성 부분도 배려가 부족하다. 다음 모바게는 다음 아이디만 있으면 별도의 등록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하지만 가령 본인 명의가 아닌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다음 모바게 회원가입이 필수다. 하지만 다음 모바게 회원가입은 로그인 화면 내 잘 보이지도 않게 위치해 있을 뿐이다.
여기에 다음 모바게 게임을 실행할 때 다음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본인 인증을 한 뒤 다시 휴대전화 인증을 하도록 요구해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
한 개발자는 “예를 들어 얼마 전 나온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쓰는 이용자라면 버튼 한두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계정 인증과 연동 절차를 마칠 수 있다”며 “다음 모바게는 다른 스마트폰 앱에서 구현하고 있는 기본적인 UI와 UX도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회원 가입을 했는데도 로그인이 안되는 어려움에 부닥치기도 한다. 페이지 오류나 화면 멈춤 등의 현상을 겪었다는 불만도 있다.
현재 업계에선 다음 모바게의 불안정한 서비스가 다음과 디엔에이간 미묘한 헤게모니 싸움으로 인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음 모바게 게임을 출시하는 형태는 디엔에이 서울, 다음이 각각 소싱을 하거나 다음이 투자한 회사의 게임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 두 회사 모두와 접촉했다가 서비스를 포기한 개발사 대표는 “각사가 어떻게 업무분장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서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따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모바게 론칭 당시 기대감을 가졌던 일부 개발사들의 반응도 싸늘하게 돌아서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을 강행해 플랫폼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본다”며 “앞으로 다음이 얼마나 마케팅에 투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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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다음과 디엔에이가 국내 개발사들에게 어떤 기회와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지 분명한 스탠스를 취해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 측은 “상반기 내 iOS버전과 타 마켓용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집행해 서비스 안정화를 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