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서면 아이패드의 독주가 끝난다. 애플의 전략에 대한 소비자 피로도가 이미 크다.”
리서치인모션(림) 공동창업자 짐 발실리는 평소 애플에 대한 공격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이폰에 밀려 점유율이 뚝뚝 떨어져도 언론 앞에서는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그가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마침 ‘새(New) 아이패드’ 판매 돌풍이 시작된 시기여서 발실리를 보는 림 직원들의 표정은 더 안타깝다.
29일(현지시간) 림은 발실리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서 물러나 이사직만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림은 블랙베리를 내세워 2000년대 중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했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나오자 힘 한번 제대로 못 내고 추락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블랙베리가 텃밭이라고 믿었던 기업 고객들도 애플이나 삼성전자로 눈을 돌리면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에만 손실이 1억2천500만달러에 달하며, 한 때 800억달러를 넘겼던 기업 가치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초 애플 아이패드를 잡겠다고 내놓은 태블릿 ‘플레이북’이 출시 후 3개월 동안 초도물량 50만대도 소진하지 못하는 등 굴욕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브라이언 월라스와 디온 리벤버그 등 회사 핵심 임원들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기면서 림의 경쟁력은 한층 떨어졌다.
발실리는 부활을 위해 블랙베리 운영체제(OS)를 개편하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이사회는 더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번 인사조치로 발실리 외에 마이크 라자리디스 공동 CEO와 짐 로완 최고업무책임(COO), 데이브드 야크 최고기술책임(CTO) 등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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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CEO에는 토스텐 하인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내정됐지만, 시장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주로 제품생산 관리를 담당해 온 하인즈가 위기 속 경영에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라는 설명. 이날 림의 주가는 CEO 교체소식에도 8.47% 급락했다
에우드 겔블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블랙베리 신제품 출시가 하인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