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을 변하게 만드는 개발자

전문가 칼럼입력 :2012/03/30 10:22

권희웅
권희웅

코딩, 컴파일, 확인, 수정 또 다시 반복… 에디터 앞에서의 개발자들의 일상이다. 이런 반복적인 작업의 고리를 끊어 내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가 있다. 브렛 빅터(Bret Vitor)란 개발자인데, 이 사람이 만든 툴을 가지고 데모를 시연한 것을 보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난 1월에 열린 CUSEC 2012(The Canadian University Software Engineering Conference)에서 브렛 빅터가 시연한 데모는 자바, 자바 스크립트, 플래시로 한 코딩 예였다. 자신이 만든 툴로 그가 보여준 것은 자신이 짠 그래픽 결과물의 코드를 에디터 상에서 수정할 경우 그 결과가 컴파일 과정 없이 바로 그래픽 상에서 보여지는 것이었다.

그가 보여준 데모에 놀라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범용적인 개발 언어로 컴파일 없이, 코드와 결과물 간에 매우 매끄럽게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래픽 분야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여러 업체와 학계에서 접근했던 방식은 대화형 언어(Conversational Language)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브렛 빅터의 접근은 꽤나 신선하고 실제 UI, 그래픽, 게임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유용성을 준다.

한쪽 창에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결과물이 형상화 돼있고, 다른 한 쪽 창에는 에디터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코드 수정시 바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사람이 상상하는 것을 개발 언어로 똑 같이 그려내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상상물을 눈으로 보면서 코드 상의 변화까지 바로 반영되어 확인이 가능하다면, 개발자의 단순히 컴파일 과정이 없다는 것으로 인한 시간 절약보다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싶다.

1시간 가량의 동영상을 다 본 후 필자는 브렛 빅터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기발한 상상을 하고 또 직접 툴까지 만들고 있는 것일까?

구글링을 하자 마자 독특한 상상을 갖춘 개념남으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전문 분야가 딱히 뭐라 하기 어려울 정도과 관심사도 넓다. 글 쓰기, 음악, UI 등등 개발만 놓고 이야기 하자면 C, C++, 오브젝트 C, 펄, 자바 스크립트, 루아(Lua), MATLAB, VHDL 외에 몇 가지 어셈블리 언어 등 자신이 속했던 프로젝트에서 다루었던 언어도 정말 다양하다.

그렇다면 브렛 빅터란 개발자의 인생 목표는 무엇일까?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그의 이력서에는 “기존에 상상하지 못하던 강력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이해하고 창조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 것”이라고 적혔다. 꿈을 향한 그의 노력이자 결과물을 CUSEC 2012에서 보여주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그렇다면 그는 허풍장이인가? 실제 데모가 시연된 CUSEC는 마이크로소프트, SAP, IBM, 구글, 드롭박스, 어도비,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스폰을 하는 나름 신뢰성 있는 컨퍼런스다. 그리고 그가 지금껏 해왔던 결과물들을 보면 허풍장이라기 보다 고정 관념을 잘 깨지 못하는 개발자들과는 “안될 게 뭐 있어”라는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진 혁신가라고 느껴진다.

최그 앱 마켓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중화 그리고 태플릿 등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폭발적 증가 등으로 개발자들은 단순한 코더가 아니라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조해 사람들에게 서비스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브렛 빅터가 꿈꾸는 툴이 상용화 된다면… 상상은 여러 분에게 맡기겠다. 개발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고수가 되는 것보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천하는 자신만의 습관과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희웅 IT컬럼니스트

리눅스 커널을 들여다 보고 개발을 해온지 어언 십수년, 현재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발을 고민하고 있으며, 리눅스 및 커널 네트워킹과 시스템의 작동 원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