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특허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특허워즈 에피소드<2> “애플의 습격”
특허워즈 에피소드<3> “삼성의 복수”
특허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합의”
평소 존경했던 잡스 CEO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고인은 세계 IT 업계 혁신을 이끈 천재적 기업가였다.
지난해 IT업계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스티브 잡스 전(前) 애플 CEO의 타계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잡스의 영면 소식에 그를 평소 존경했던 천재적 기업가로 추어올렸다.
이 날 만큼은 이빨을 드러내고 싸우던 애플의 경쟁사들도 모두 애도를 표했다. 아니, 오히려 애플의 앞날을 걱정했다. 잡스는 애플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특허전, 폐쇄적인 운영정책, 옅어지는 혁신 색(色)이 잡스의 부재와 합쳐져 애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추도는 추도, 소송은 소송이란 입장을 견지하던 삼성도 애플과 협력 관계가 이상 무라고 강조했다. 잡스의 추도식 참석차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귀국길에 2012년까지 그대로 부품 공급을 하기로 했다며 2013년 이후에도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 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팀 쿡과 2~3시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며 잡스와 지난 10년간 어려웠던 이야기를 비롯해 위기 극복 및 삼성과 애플 양사의 좋은 관계 구축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의 발언은 애플이 잇단 소송에 삼성전자와 협력을 차츰 중단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추가 소송도 가능하다라는 말로 양사간 화해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해석엔 선을 그었다.
팀 쿡이 애플내 '지한파'라는 사실이 두 기업 사이 화해의 물꼬를 틀 가능성으로 제기됐다. 그가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던 시절,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이재용 사장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만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삼성과 애플은 각각 한 번씩 서로에 불리한 환경을 맞기도 했다. 우선 삼성전자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의 유럽 시장 내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시사했고, 올해 1월 실제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에 휴대폰에 관한 표준특허와 필수특허에 관련한 정보를 요청했다. 또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필수적인 표준 특허권을 유럽 내 모바일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왜곡하는데 사용하고 권한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지재권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의 플로리안 뮐러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대응한 것이 반독점 수사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애플도 '디자인' 특허가 무력해질 수 있음을 경험했다. 독일 내 갤럭시탭 10.1 판매에 맞서 삼성이 디자인을 일부 수정한 '갤럭시탭 10.1N'을 내놓은 것. 애플은 즉각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루시 고 판사가 1994년 나이트리더(Knight-Ridder)가 만든 태블릿 원형이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D'889)를 무효화 한다고 지적한 일도 있었다.
고 판사는 학술지에 기고한 '애플 대 삼성: 애플의 미국 디자인 특허 공세에 대한 정보'라는 논문에서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가 무효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이트리더 태블릿은 아이패드처럼 사각형 모양에 모서리가 둥글며 전면부가 평평하다.
소송은 누구도 이기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다. 독일 법원은 올해 1월과 3월에 있었던 3G 무선 통신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을 기각했다. 가처분이 아닌 본안소송에선 원고가 이기지 못한채 무의미한 소송만 계속 됐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화해를 할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씨넷은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생산량 확대가 양사의 협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A시리즈 제품을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양사 연합이 인텔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美특허전문가들도 애플의 장기 소송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만약 애플이 삼성전자나 HTC, 모토로라 등과 계속해서 특허소송을 진행할 경우 실익 없이 주주들의 이익만 침해할 것이란 주장이다.
당시 지적재산권 컨설팅업체인 3LP 어드바이저 파트너 케빈 리베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이제는 경쟁자들과 화해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애플이 특허 분쟁중인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에 특허 라이선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는 지난 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세계적 기업과 치르고 있는 특허분쟁 해소방안을 찾고 있는 것 같으며, 이미 삼성전자 및 모토로라모빌리티에 특허소송 해결을 원하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애플의 휴전 신호 배경으로는 올 연말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작업을 완료하면서 특허소송의 당사자가 된 점, 인수에 따라 확보하게 되는 1만7천500건의 특허와 6천500건의 특허출원 중인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꼽혔다. 전세계적으로 늘어만 가는 법정소송에서 이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애플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이같은 휴전 소식에도 삼성은 곧 국내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 아이폰4S와 아이패드2가 자사 상용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 삼은 특허 3건은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종류 표시 방법 ▲가로·세로 회전 상태에 따른 유저인터페이스(UI) 표시 방법 ▲단문메시지(SMS)와 사진 표시 방법 등에 관련한 것으로, 소송이 특허권 확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긴급점검]특허워즈<3> "삼성의 복수"2012.03.24
- [긴급점검]특허워즈<2> "애플의 습격"2012.03.24
- [긴급점검]특허워즈<1> "보이지 않는 위험"2012.03.24
- "애플, 삼성 상대 특허 소송 일부 취하"2012.03.24
다만 이같은 소송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액션'이란 주장도 나온다. 사실은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라이선스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늘리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송은 언제든 취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분위기상 양사간 협상은 오가고 있는데, 서로 원하는 조건이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