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고 넘치는 현금으로 어도비시스템즈나 코렐 등의 그래픽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플이 앞으로도 현재의 전략을 유지하는데 유용한 시도란 주장이다. 아주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최근 미국 지디넷은 애플이 쌓아놓은 현금을 이용해 어도비나 코렐 등을 인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디넷이 내세운 근거는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확대나 플래시 기술 보유가 아니었다. 아이패드에 새로 채택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이유다. 새 아이패드는 4배 좋아진 화소수(DPI)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향후 iOS기기와 맥OS 기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층 향상된 디스플레이 성능은 애플과 개발자에게 또 다른 과제를 던진다. 화소수가 4배 늘어나면 웹페이지 상 이미지들의 화소수도 4배로 늘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웹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 파일형식인 비트맵은 픽셀 0과 1로 된 격자(grid)다. 이 격자를 컴퓨터가 픽셀로 변환시켜 표현한다. 때문에 디스플레이 화소수가 커지면 이미지 픽셀수도 함께 늘어나야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이에 웹개발자들이 새 아이패드를 위해 웹이미지파일을 재작업해야 할 관측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개발자의 노력으로 레티나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위한 고화질 비트맵 이미지와 비디오가 사용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바로 콘텐츠의 용량이다.
■화질 좋아지고, 파일 크기도 커지고
웹사이트의 이미지파일뿐 아니라 아이패드에서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사진, 비디오 역시 고화질로 만들어진다. 당연히 이미지 크기가 커져, 저장매체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된다. 산술적으로 이미지파일 픽셀수가 4배로 늘어나면, 파일 크기가 4배 커진다. 현재 아이패드의 용량인 16GB, 32GB, 64GB 등 결코 여유롭지 않은 것이다.
단순한 해결법은 아이패드 저장용량을 늘리면 된다. 다만, 메모리는 집적도가 높아지면 가격이 비싸진다. 애플이 지금수준의 아이패드 가격을 유지하려면 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애플은 메모리부분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이미 성사시켰다. 애플은 지난 1월 이스라엘 플래시메모리 부품제조업체 아노비트를 인수했다. 아노비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 컨트롤러를 만드는 업체로, 애플은 이를 활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에어 등의 메모리 용량을 두배로 늘리고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메모리 성능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메모리 용량 확대효과는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아노비트의 메모리 신호 프로세싱(MSP) 기술은 메모리 집적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은 아니다. 메모리의 안정성, 지구력,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로, 플래시메모리 집적도 자체를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또 다른 방법은 공급업체들로부터 메모리를 더 싸게 구매하거나, 메모리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것이다. 구매가격을 낮추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으며, 메모리업체 인수는 부품 제조 및 개발, 운영비용을 애플이 감당해야 하므로, 실현가능성이 더 낮다.
■벡터 방식 이미지파일로 용량 문제 해결
하드웨어 측면의 대책이 힘들다면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콘텐츠 자체의 크기를 줄이면 된다.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하면, 메모리 용량을 늘려 가격을 높이거나, 부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축소를 겪지 않아도 된다.
지디넷 블로거 제이슨 펄로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이미지 파일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어도비시스템즈나, 코럴드로우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도비나 코렐이 사용하는 이미지 파일형식은 비트맵이 아닌 벡터 방식이란 점에서 나온 주장이다.
벡터 방식의 이미지는 픽셀이 아닌 각 점의 상대적인 좌표로 저장된다. 왼쪽에서 3, 위에서 5란 좌표점에 색깔코드를 집어넣어 위치와 색을 구현한다. 때문에 아무리 크기를 늘려도 좌표 정보에 확대값만 곱하면 되므로, 이미지 확대에 따른 화질저하가 없다. 파일크기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애플은 벡터방식 이미지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도비 파이어웍스,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애플이 매력을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어도비의 벡터 이미지 기술을 애플 자체 그래픽 관련 애플리케이션인 애퍼추어, 아이무비, 파이널컷프로 등에 적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앞서 밝힌 문제를 더 쉽게 해소할 수 있다.
이미지 저작도구뿐 아니라 각종 iOS 애플리케이션의 용량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애플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제작툴에 적용됨으로써 애플리케이션 용량 자체도 줄어들게 된다.
어도비는 매년 40억~50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최근 실적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170억달러 미만이다. 여기에 프리미엄을 더하면 더 많은 금액을 필요로 하겠지만, 애플이 보유한 1천억달러의 현금이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도비가 비싸다면 코렐이 있다. 코렐은 1억~2억5천달러대의 연간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10억달러 정도면 인수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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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도비와 달리 코렐 인수는 약간 다른 장애물을 갖는다. 코렐은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어, 애플 기업문화와 통합되는데 어도비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
코렐의 애플리케이션 대다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환경에서만 구동된다. 코렐의 소프트웨어들을 맥OS나 iOS환경을 지원하도록 하는데는 약 1천만~5천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