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시스템LSI 시장 진출 가능성은?

일반입력 :2012/03/15 14:19    수정: 2012/03/15 19:35

송주영 기자

“영원히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머무를 수 없다.”

지난 13일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SK텔레콤으로 대주주가 바뀐 뒤 마련한 첫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발언은 하이닉스의 중장기 미래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권 사장 발언은 시스템LSI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자 메모리에만 집중하겠다고 한 답변의 말미에 추가로 언급한 것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변화, 그리고 하이닉스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메모리 2위업체이지만 메모리조차도 모바일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서 결국 롤모델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삼성같은 회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SK로부터 수혈된 새 임원인 김준호 부사장도 역시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LSI사업을 하겠다는 약속이나 한 듯한 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냐?는데 시장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모델은 자연히 메모리와 비 메모리 비중이 어느 새 60대 40으로 훌쩍 커져버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찾아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하이닉스가 거대한 자본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대변되는 시스템 LSI사업의 최고봉을 노리기에는 또다른 요소인 시장과 기술 어느 것 하나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하이닉스 경영진의 '중장기적 비즈니스 모델'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메모리에서 출발한 삼성의 시스템LSI, 어느새 훌쩍

80년대 중반 일본이 독점하던 메모리를 모델로 삼아 시작한 삼성전자는 어느 새 메모리와 시스템LSI사업부 간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며 반도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모델이 돼 버렸다. 그리고 모바일 시대를 맞아 역시 메모리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하이닉스가 이 성공모델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난 10여 년 동안 시스템LSI에 투자했으며 최근 몇년새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단일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스마트카드IC, 모바일 CIS(CMOS 이미지센서) 등에서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지난 해 삼성은 이 분야에서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해 성장세도 전년대비 40% 이상 성장할 정도의 호조였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통해 메모리, 시스템LSI의 시너지를 내고 있기도 하다. 관통전극(TSV) 방식을 이용해 모바일D램, AP 통합칩 개발이 막바지 단계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으로 당장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통합칩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시스템LSI 시장에 진출한다면 대상은 모바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최대주주 SK텔레콤이 통신서비스 업체로 모바일 분야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엠텍비젼과 협력으로 SK-엠텍을 설립, 중국 모바일 반도체 시장 진출도 타진한 바 있다.

투자 여력만 된다면 하이닉스도 영역 확대를 욕심낼 만하다. 모바일 시대는 과거 컴퓨팅 시대와는 달리 기기별로 요구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라 제품이 다양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 시스템LSI가 중장기 비전이라면 시장에서의 기대도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총괄팀장은 “하이닉스의 시스템LSI에 대해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것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시스템LSI 사업,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하이닉스가 시스템LSI 시장에 진출 사업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 못지않게 넘어야 할 난관이 있다. 투자비용이 많이 들며 인력이 부족하다. 증권업계에서도 단기보다는 중장기 비전으로 언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시스템LSI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는 투자여력, 캡티브 시장이라는 2가지 이점을 갖고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했다 .지난 2년 동안의 집행된 투자 규모를 보면 더라도 2010년 3조원, 지난해 4조원 이상이 투입됐고 올해도 지난 2년 동안의 투자를 합한 규모의 8조원가량 시스템LSI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하이닉스 투자 규모가 4조2천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를 사줄 든든한 고객사, 즉 애플이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대문이라는 점을 첫손가락에 꼽을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새 아이폰에 필적하는 베스트셀러로 커버린 갤럭시S에도 삼성전자의 엑시노스칩이 들어간다는 점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반면 하이닉스는 최근 회사가 인수되면서 SK텔레콤이라는 지원군을 얻었지만 SK 계열사에 완제품 업체가 없어 이같은 대규모 투자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다.

게다가 약한 우리나라 시스템LSI 인력구조도 부담이다. 대기업마저도 시스템LSI 전문인력 확보를 최대 과제로 꼽는 마당에 우수 인력을 대량으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하이닉스가 할만한 가장 대표적인 사업을 파운드리로 꼽지만 이마저도 최근 상황은 투자 없이는 성과를 거둘 수 없도록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관계자는 “최근에는 이 분야도 미세공정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한다.

삼성 엑시노스칩,퀄컴의 스냅드래곤칩 등 대표 AP제품이 생산되는 곳은 32나노공정이다.

디지털 제품은 메모리 못지 않은 미세공정 경쟁 시대가 열렸다. 시스템LSI를 생산하고 있는 하이닉스 청주 M8 공장은 아직 메모리 비중이 더 높은 상황으로 시스템LSI는 130나노 공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하이닉스도 시장 상황을 알고 있다. 최근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SK텔레콤 하성민 사장 등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하이닉스는 당분간 메모리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상당기간 메모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으며 앞서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하성민 사장은 모바일 분야 메모리 투자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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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장은 “낸드플래시 투자를 더 해야 한다”며 “시스템LSI는 하이닉스 입장에서 투자는 아직 아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 사장은 “시스템LSI는 서서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든든한 자본력을 확보한 하이닉스가 언제까지 메모리만 할 수는 없다지만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처럼 같은 중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할 시장과 기술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