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보안 1세대 기업의 슬픔

기자수첩입력 :2012/03/14 15:00    수정: 2012/03/14 20:04

김희연 기자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곪을 대로 곪아 이제야 터졌다."

보안 1세대 기업으로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겼던 한 기업이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경영 악화와 신기술 고갈, 여기에 각종 악성 루머들까지 이 회사의 몰락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무리하게 다른 분야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설, 노사갈등설, 해외도피설 등 각종 루머들이 난무해왔다. 그 동안 소위 ‘카더라 통신’으로만 언급됐던 일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기업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경영진의 주식처분이 이어지면서 이 모든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마 전 검찰은 이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 및 배임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보안업계 몇 안되는 상장사였던 이 회사의 주식거래는 결국 중단됐다. 경영진의 해외도피설은 최근 대표의 귀국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경영진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조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업계에 떠도는 소문이다.

보안업계에 알려진 사건의 후문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 보안업체의 직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보안 분야에서 얻은 수익이 회사 발전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애사심에서 이번 검찰조사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보안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기업 상당수 직원들이 차라리 회사가 상장폐지 되기를 염원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보안 기업의 본질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사세확장에만 힘쓰다 보니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는 아예 하지 못했다. 신기술 고갈로 시장에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핵심인력들은 모두 회사를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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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변화하는 IT환경에서 보안 기술개발 투자가 없는 보안기업의 미래는 없다. 결국 미래없는 회사에 일부 직원들은 등을 돌려버렸고, 일부 직원들은 반기를 들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고발 조치가 회사 경영권 찬탈을 위한 불법행위라며 강력대응에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떠한 결론이 내려지던지 분명한 것은 이 회사가 누렸던 과거의 명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고난을 현명하게 극복해 건실한 보안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결코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기업이 있다면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