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그 인기 “잡스가 삼성을 증오해?”

일반입력 :2012/03/12 11:28    수정: 2012/03/12 17:37

봉성창 기자

최근 IT 업계가 잇달아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돼 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의 갈등을 날카롭게 풍자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케이블 방송 TvN의 인기 개그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신설 프로그램 ‘황천길닷컴’을 선보였다. ‘코미디 빅리그’는 인기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경쟁을 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해당 코너는 이재훈, 김인석, 강유미, 김재우, 박휘순 등으로 이뤄진 개통령 팀의 작품이다.

이 코너는 죽은 사람들이 저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이승에 있는 것처럼 비유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코너는 지난해 10월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등장한다.

개그맨 김인석이 분장한 스티브 잡스는 지난 3일 방송에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아이폰을 고쳐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잡스는 심지어 탈옥을 해달라는 부탁마저도 시원하게 들어준다.

그러나 또 다른 등장인물이 자신도 와이파이 연결을 해달라며 스마트폰을 건네 주자 이를 보고 갑자기 ‘갤럭시’라고 소리치며 집어던진다.

잡스는 10일 방송된 2회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사과박스를 들고나와 한입 베어문 사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사과상자를 배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주소를 이야기 하면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이라고 하자 이번에는 ‘삼성’이라고 소리치며 흥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잇단 특허 소송과 함께 경쟁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이가 좋지 않음을 풍자한 내용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도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개그콘서트에서는 개그맨 박영진과 박성광이 등장하는 ‘이기적인 특허소’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을 보다 직접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이 코너에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파인애플사의 스티븐 박스와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S그룹의 박회장이 등장한다.

이 코너에 웃음포인트는 상식적으로 특허를 낼 수 없는 것에 권리를 주장하며 서로 싸우는 것이다. 가령 직장 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특허를 내겠다며 ‘제가 술을 먹고 싶은데 차를 가지고 와서’를 신청하는 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단 원고 패소로 소모적인 특허 공방을 벌이는 것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양사간의 갈등 관계를 풍자하면서 고인이 된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은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인 만큼 애플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유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서 유가족 들에게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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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경 지식을 모르면 웃기 힘든 개그의 속성을 감안할 때 IT업계가 개그 소재로 사용되는 현상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강하다. 그만큼 IT산업이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 풍자 개그가 주류를 이루던 것에서 소재가 더욱 확장된 것”이라며 이는 그만큼 많은 대중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