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계 재편 신호탄이 될 삼성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LCD 적자 시황, 디스플레이 OLED로의 중심 이동 속에 우리 LCD 업계, 일본 등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업체로 불황 탈출의 시동을 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 모두 통합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될 전망이다. 성격 등이 서로 닮았다. 양사는 통합을 통해 불황 속 미래를 모색할 계획이다. 모두 중장기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분리되면서 최근 삼성전자와 통합된 S-LCD, OLED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까지 합병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도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 3사가 연합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규모를 실현한다.
다른 점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주력 사업인 LCD와 함께 미래 디스플레이인 OLED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회사로 LCD 불황 탈출을 위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반면 재팬디스플레이는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업계 연합이다.
■LCD 투자 실종 속 변화 모색
지난해 LCD 업계는 타이완에 이어 중국까지 경쟁사가 속속 진입한데 이어 경기까지 하강 국면으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업계 1, 2위인 우리나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타이완 AUO는 3분기까지 1조5천억원 규모의 적자가 났다.
올해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급격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제 크리스탈사이클이라는 말도 옛말”이라며 “시황이 언제 좋아질지 누가 단정해 말할 수 있겠냐”는 전망도 내놓는다.
과거에는 LCD 업계 투자에 따라 가격이 1~2년 주기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크리스탈사이클이 있었다. LCD 주기에 따라 업계의 수익도 좋아졌다 나빠졌다하는 시기를 지칭하는 용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LCD 업계는 1년 적자를 봤지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시황은 다시 오름세로 곧 접어들었다. 2006년 LCD 공급과잉은 2007년 공급부족으로 이어지며 흑자를 기록하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시황이 하락세에서 좀처럼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의 공급과잉은 지난해, 올해 초까지도 이어졌다.
지난해 재고를 털어내지 못해 가동률을 80% 수준으로까지 떨어뜨려야 했던 것처럼 올해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제 다시 LCD패널 공급량이 완제품 업체와 균형을 맞추는 시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타이완 업체의 LCD 투자에 최근 중국까지 8세대 투자를 늘리면서 패널업계가 공급량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LCD 투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중국 투자를 마지막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황에 따라 움직이던 투자도 위축됐다.
일본 상황은 더 안좋다. 자국 TV 시장까지 침체하며 대형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일본 패널 시장 1위 업체인 샤프는 점유율이 매출 기준으로는 7.4%, 출하량 기준으로는 2.7에 머물렀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BOE에게도 근소하게 뒤졌다. 도시바, 히타치, 소니 등은 대형 패널 점유율은 0.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를 출범시키며 체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도 디스플레이 중소형 연합체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 LCD·OLED 두 마리 토끼 한번에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주력 사업인 LCD와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한 OLED를 함께 챙길 계획이다.
LCD를 주력으로 하는 LCD 사업조직에 지난해 말 소니와의 관계를 청산한 S-LCD, OLED 시장 1위 업체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통합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1위로의 위상을 굳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우선 LCD 조직이 출범하고 이후 상반기까지 SMD가 합병되면서 향후 투자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안을 확보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출범 예정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의 분리작업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출범 이후 공장 활용을 위한 의사결정에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합병하게 되면 기존 LCD 라인의 OLED 투자 전용이 가능하게 된다. LCD, OLED 시장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총체적인 디스플레이 시황 관점의 의사결정 기반도 갖춰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 업계 대응 유연성 측면을 봐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연성 확보와 더불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완제품과의 독립 회사로 LCD 불황 속 고객 기반 확충에도 나설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완제품 경쟁사가 부품 분야 고객사라는 부담이 있었다. 삼성전자와 독립된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으로 이같은 부담을 떨칠 수 있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출범하면 고객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소니와 S-LCD 지분관계를 청산하며 중장기적으로 패널 고객사로서의 소니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으로 물량을 보장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는 하지만 소니 TV 사업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패널사업에서 삼성전자, 소니 양축을 기반으로 한 사업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등이 TV를 내놓고 가전시장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등 가전시장도 과거 2004년 소니가 브라비아 TV로 성과를 내던 때와 달라졌다”며 “삼성도 신규 고객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3사 통합으로 경쟁력 확보
일본 재팬디스플레이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출범이 예정됐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엘피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오쓰카 슈이치를 선임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로 출범한다. 일본업체는 LCD 분야에서 중소형 시장에서만큼은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투자비 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고객군이 대형에 비해 다양하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있어 일본의 기술력으로 시장 개척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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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바(7%), 소니(6%), 히타치(5%) 등의 매출기준 점유율을 합하면 18%로 중소형 1위 업체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17%)를 앞서게 된다.
3사 각자 시장을 공략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3사가 합하면 규모면에서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 산업혁신기구까지 출자를 계획하고 있어 자금 확보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재기를 노리고 있다. 중장기로는 OLED 시장에서 삼성과의 경쟁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