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는 그럴듯한 소문이 돌았다. 삼성전자가 국내 중소SW업체인 인프라웨어와 디오텍을 인수할 것이란 얘기였다.
소문이 언론으로 보도되면서 23일 한국거래소는 삼성전자와 인프라웨어, 디오텍 모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날 세 회사의 답변은 사실무근으로 같았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했지만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는 인프라웨어와 디오텍에 관심을 가지기 충분해 보인다.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하는 모바일OS '타이젠'이 있다.
타이젠은 삼성이 인텔, 리눅스 재단과 합작해 개발 중인 모바일OS다. 삼성은 향후 자체 OS인 바다를 타이젠에 통합시킨다는 계획이다. 인텔이 기술지원을 하지만 타이젠을 직접 제품화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몫이다.
이달 들어 타이젠과 관련한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지난 1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타이젠을 국가 OS로 육성키로 하고 지원안을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일부 외신은 삼성이 올해 MWC에서 ‘갤럭시S3’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타이젠을 탑재한 단말기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타이젠이 오픈OS인 만큼 국가 OS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타이젠을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로 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지원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서 타이젠은 단순한 '또 하나의 OS'가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픈 고리다. 자체 OS인 바다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안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삼성이 타이젠에 거는 기대는 크다. 타이젠을 전세계 24개 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슈퍼앱스토어(WAC)와 연계하겠단 전략도 세웠다.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대항할 새로운 판을 짜보겠다는 것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타이젠을 WAC하고 연계하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며 타이젠 앱플랫폼이 HTML5 방식이므로 기술적으로 WAC와 연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인프라웨어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인프라웨어는 인크로스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판 WAC인 K앱스 플랫폼을 구축한 업체다. 글로벌 WAC 2.0 규격으로 상용화된 앱스토어는 K앱스가 처음이다.
가능한 많은 개발자들과 콘텐츠가 몰려야 타이젠 생태계도 성공한다. 게다가 출범 초반에 어느 정도 앱을 확보했는지도 중요하다.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만한 유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웨어가 가진 SW 기술은 삼성에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다.
김록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 얘기가 나왔을 때는) 삼성이 소프트웨어 부분이 약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삼성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외주로 맡기더라도 주도적으로 콘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인수를 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인수업체로 함께 언급된 디오텍은 인프라웨어의 자회사기도 하다. 디오텍은 휴대폰이나 태블릿의 터치스크린 언어 관련 특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로, 필기 인식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와 인지도를 확보했다. 필기로 쓴 내용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만큼, 삼성이 최근 공을 들이는 S펜과 연계한 앱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가진 음성 인식 기술도 삼성에 매력적이었을 수 있다. 아이폰4S에 적용된 음성 인식 기능은 향후 삼성의 스마트폰이나 TV 등 단말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차별화를 유도할만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에 대해 삼성이 인수합병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인수설이 흘러나왔던 컴투스 역시 해외 모바일 시장서 성공한 국내 대표 중소 게임업체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등 글로벌 오픈마켓을 통해 세계 90여 개 국가에 모바일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그간 앱 생태계가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삼성은 타이젠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달 들어 끊임없이 삼성이 SW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애플은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iOS를 바탕으로 앱스토어란 광대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아이폰 충성도는 그간 구매한 앱의 개수에 따른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삼성은 SW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단시간내 삼성이 애플의 SW 경쟁력을 따라잡으려면 인수합병(M&A)가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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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계 IT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능력은 애플을 이미 앞선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SW업체 중 삼성전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업체들이 인수합병 검토대상에 오르면서 소문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