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스마트TV 사업자가 ‘망이용대가’를 놓고 혈전을 치룰 태세다. 통신업계의 대표선수는 KT다.
9일 KT는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인터넷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왜곡 방지를 위해 스마트TV 접속제한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접속제한과 관련해 “기술적인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란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삼성과 LG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통신업계를 대리해 삼성과 LG에 수차례 협력 제의를 시도했지만 스마트TV 사업자가 협상을 회피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망중립성 상관없다”
KT는 스마트TV의 접속제한 조치가 “망중립성과 상관없으며 이는 통신망을 무단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삼성·LG 측은 “망중립성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인터넷 차단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반면, 가이드라인에는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측면’도 담겨져 있어 이를 망중립성과 연관 지을 경우에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란 망의 보안성과 안정성, 일시적 과부하 등 망의 혼잡 해소를 위해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차단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 어느 것을 우선순위로 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때문에 KT는 접속차단이 망중립성과 연관이 없고, 통신사의 가입자 선로를 이용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망이용대가 협상 수순 밟기?
방통위는 지난달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시행과 함께 ‘인터넷 트래픽 관리 관한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트래픽 관리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자문위원회에는 통신사, 제조사(스마트TV), 포털, 케이블, 소비자단체 등 26명으로 구성됐지만, 업계는 통신 대 비통신 진영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망중립성에 담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에 대한 기준 마련을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는 ‘트래픽에 대한 망이용대가’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KT가 협상에 소극적인 제조사를 테이블로 끌어내고 여기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780만명으로 시장점유율은 약 44%다.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330만명(18.6%)과 2배 이상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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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2천만 가입자를 넘어선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 구매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업계 1위인 KT가 결국 선제적 공격에 나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TV의 과다 트래픽에 대해서는 망이용대가 필요하다”며 가세하고 있어 통신 대 비통신 진영으로 나뉜 스마트TV 논란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