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서 돌아가는 '크롬'이 나왔다. 구글이 지난해 8월말 관련 계획을 언급한지 약 6개월만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이름 없는 웹킷 기반 브라우저를 대체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하려 한다는 관측에도 무게를 더했다.
미국 씨넷은 7일(현지시각) 구글이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며 이는 중요한 프로그래밍 프로젝트 2개를 결합하려는 중대 행보라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와 있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를 적용한 OS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다만 크롬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기반 환경에서만 돌아간다. 내장된 하드웨어 가속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마켓에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더라도 기존 내장 브라우저를 사라지게 하진 않는다.
ICS로만 돌아간다는 사실은 개인 사용자들이 실질적으로 새 브라우저를 접할 기회가 좁다는 의미다. ICS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단말기나, 새 OS를 기본 탑재한 삼성전자 최신 단말기 '갤럭시넥서스' 등의 실사용자 규모는 크지 않아서다.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PC용 버전과 마찬가지로 V8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품었다. 제스처 인터페이스로 다중 탭을 오갈 수 있고 PC판 크롬과 사용자 정보를 동기화시킬 수 있다. PC판에 내장돼 있던 어도비 플래시플레이어와 네이티브클라이언트(NaCl) 플러그인은 빠졌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용 크롬의 성능과 기능을 접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브라우저를 더 많이 쓰게 될거라 기대중이다.
선다 피차이 구글 크롬 및 앱스 담당 선임부사장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크롬을 통해) 사용량이 올라가는 결과를 목격해왔다며 난 사람들이 모바일 웹을 더 많이 쓸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씨넷은 안드로이드용 크롬이 ICS 전용이라는 한계를 약점으로 지적했지만 향후 안드로이드4.0 버전 기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리란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평했다. 적어도 갤럭시넥서스에서는 베타버전 상태에도 기본 브라우저의 아쉬움을 보충하고 있으며 애플 iOS의 모바일 사파리와 호적수를 이룰 것이란 설명이다. 성공여부는 새 안드로이드 OS가 얼마나 퍼져나갈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피차이 선임부사장은 모바일 브라우징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면서 단말 성능과 화면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고 3G 통신 환경이 4G로 가면서 연결성을 향상시키면 모바일 브라우징(사용자 기반)은 거대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고 크롬은 이전까지 PC용 브라우저일 뿐이었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별볼일없을 것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출발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얻었다는 점, 그럴수록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더 많이 쓰게 유도한다는 점, 덕분에 구글이 꾸준한 광고 매출을 거둘 수 있게 해준다는 점 등이 그렇다. 사용자들은 실제로 안드로이드나 크롬에서 공통적으로 검색, 유튜브, 문서도구(독스), 지도(맵스), 구글플러스 등을 쓰며 이는 하나의 구글계정으로 엮인다.
피차이 선임부사장은 우리는 안드로이드용 크롬을 만들면서 V8 엔진같은 PC 브라우저의 모든 역량을 모바일 경험에 최적화시켜 제공하길 원했다며 그건 쉽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데스크톱에서 해온 일들을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할 수 있나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현재 PC용 안정버전 최신판인 크롬16 브라우저에 기반한다. 탭간 이동과 겹치기 등 기존 내장 브라우저에 비해 향상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데스크톱에서처럼 웹서핑 속도를 높이기 위한 프리로드 기능, 하드웨어 가속, 웹소켓이나 HTML5 비디오와 인덱스드DB 등 최신 웹표준 대응, 다른 크롬 환경에 저장된 북마크, 주소자동완성, 계정과 암호 등 사용자정보 동기화, 안드로이드에서 제대로 안 보이는 웹사이트를 디버깅하는 개발자를 위한 PC상의 모바일 크롬 보기 기능 등을 지원한다.
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외에 태블릿 단말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별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차이 선임부사장은 우리는 사용자들이 태블릿에서 노트북과 비슷한 경험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PC버전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용 크롬 역시 빠른 업그레이드를 계획중이다. 6주에 한 번씩 새 버전을 공개하고 자동으로 최신 버전을 유지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구글, 네이티브앱이냐 웹앱이냐?
그가 앞서 언급한 내용 가운데 크롬을 통해 향상시키려는 모바일 경험은 '안드로이드를 통한 웹서핑' 이상을 암시한다. 단지 브라우저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면 굳이 쉽지 않았다는 PC판 브라우저 이식작업을 감행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다. 기존처럼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면 그만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크롬을 담아냄으로써 더 큰 생태계 그림을 그리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드로이드 OS로 구축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와 PC판 크롬 브라우저로 퍼뜨린 웹앱 생태계를 한데 모을 계획이라는 관측이다. 안드로이드마켓과 크롬웹스토어의 만남을 기획중인 것이다.
넓게 보면 크롬OS가 안드로이드와 융합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앞서 크롬OS를 탑재한 노트북이 신통찮은 흥행성적을 보일 것이라 예상한 업계 시각이 적잖았고 구글 내부에서도 크롬OS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은 임원이 있었다.
굳이 크롬OS 사망설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안드로이드용 크롬에서 구글의 웹앱을 얼마나 쓸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씨넷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마켓 생태계를 넓히며 그 프로그래밍 툴과 인터페이스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면서도 한편으론 웹앱 혁신의 중심에 크롬 브라우저를 놓아왔다고 지적한다. 단말기와 OS에 의존적인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이론적으로 표준 기반의 광범위한 브라우저를 무대로 삼을 수 있는 웹앱 생태계가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피차이 선임부사장은 모바일 생태계가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항상 네이티브앱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웹은 (연계되는) 한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신 안드로이드 필수-플래시 빠진 이유는?
안드로이드용 크롬이 등장한지 얼마 안 되는 ICS를 작동환경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하드웨어 가속 기술 등을 필수 요소로 끌어오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런 제약이 사용자기반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진 않는 듯하다.
부분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익스플로러(IE) 9 버전 환경을 윈도7, 비스타 이상으로 지정한 것과 같은 이유다. MS는 같은 이유로 윈도XP 사용자들에게 최신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았다.
또한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다른 모바일OS로 확산되기 어렵다.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iOS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크롬과 iOS 사파리는 브라우저 엔진이 같은 '웹킷'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 단말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일부를 구성하는 자바스크립트 처리기술도 구글이 직접 만든 V8 엔진을 쓰는데 이를 탑재한 브라우저를 iOS에서 돌리게 애플이 허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iOS에서 멀티프로세스를 처리하는 방식은 안드로이드와 다르다.
구글은 PC와 안드로이드간 크롬 사용자 경험의 차이를 최소화하겠다면서도 플래시와 NaCl 기능을 배제함으로써 모순을 보인다. NaCl은 구글이 독자적으로 만든 기술이라 쓰임이 아직 적다해도 널리 쓰이는 플래시까지 빼겠다는 점이 뜻밖으로 비친다. 그런데 사실 플래시를 포기한 건 구글이 아니라 어도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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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이 선임부사장은 구글은 개발사 어도비와 협력해 긴밀한 플래시 지원 협력을 이어왔지만 지난해 어도비가 모바일 플래시(플레이어)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웹앱 구동속도를 늘리기 위해 구글이 PC판 크롬에 내장시켰던 NaCl 기술은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한다. 데이브 버크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이사는 개발자들은 (네이티브 프로그래밍을 원한다면) 간단히 네이티브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면 된다며 웹앱으로 네이티브 앱 수준의 속도를 내기 위해 만든 NaCl은 안드로이드용 크롬에서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