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④] 게임이 뇌 손상?…사이비 과학 때문이었네

일반입력 :2012/02/07 10:36    수정: 2012/02/07 14:06

[게임 바로보기④] 게임 규제와 폭력, 그리고 사이비 과학

* 게임 동호회…사회 계층간 소통 일등공신

* 게임이 뇌 손상?…사이비 과학 때문이었네

* 외국에서 바라본 국내 게임 규제…반응은?

* 학교폭력 배후는 게임?…누리꾼 싸늘

게임이 아이의 뇌를 손상시킨다는 주장이 사이비 과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학계의 지지도 없는 상황에 이 같은 내용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동명대 게임공학과 강영민 교수는 지난 4일 ‘강영민의 게임 이야기’를 통해 “게임이 아이들의 뇌를 손상한다는 내용은 학계의 정식 논문으로 발표된바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 기관과 매체들이 권위에 호소를 하며 틀린 정보를 생산해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이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일본 니혼대학교 모리 아키오 교수가 지난 2002년 출판한 ‘게임 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면서 “이 책의 연구 결과는 사이비 과학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아키오 교수의 책에는 게임을 하면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에서 베타(β)파가 저하되고 전두엽이 퇴화한다고 기록됐다. 전두엽은 기억이나 사고와 같은 인간의 고등행동을 관장하는 곳이다.

지난해 3월 국회서 열린 ‘인터넷중독 예방·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이를 근거로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은 짐승들은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며 ‘뇌가 짐승인 아이들’을 운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게임이 전두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관련 이론에 대한 무시와 반박은 좁은 지면에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교수는 복수의 신경과학자나 두뇌 전문가들은 아키오 교수의 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방법과 베타파 파동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 담긴 부적절한 연구물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감정 상태와 뇌전도를 연구하는 데니스 슈터는 “게임이 아니라 피곤해서 베타파가 나타나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두뇌 개발 게임으로 유명한 도호쿠 대학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완전히 미신, 망상”이라고 했다.

일본 내에서도 관련 논란이 확산됐다. 신뢰할 수 없는 연구 자료기 때문이다. 일본 신경과학학회의 츠모토 타다하루 회장이 나선 이유다.

타다하루 회장은 회보를 통해 “‘게임 뇌의 공포’나 ‘뇌내(腦內) 오염’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책이 서점에 널려있어 신경과학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정확한 정보를 일반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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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아키오 교수의 ‘게임 뇌의 공포’는 지난 2003년 ‘일본 어처구니없는 책 대상(日本トンデモ本大賞)’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대상에 대한 무지’ ‘과학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음’ ‘엉터리 논지’ 등이 선정 이유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새롭게 얻은 도구를 바라볼 때 미신적 두려움이 아니라 얼마나 담대하게 도구를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게임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제인 맥고니걸이나 바바 아키라 교수와 같은 사람들의 낙관적이고 용감한 포부가 더욱 퍼지길 기대해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