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디자이너도 앱만드는 시대 열릴까

일반입력 :2012/02/02 08:49    수정: 2012/02/03 13:07

코딩을 모르는 일반인이나 현업 디자이너들도 웹기술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나온다. 구글 '앱인벤터', 원더풀소프트 '엠비즈메이커', 캠든소프트 '앱쿠커' 등을 뛰어넘는 쉬운 제작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코딩을 모르는 사용자도 쉽게 '매시업'을 만들 수 있는 도구, 코드명 '앱드론(AppDrone)'을 소개하며 많은 사용자들에게 쉬운 매시업 제작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매시업은 웹서비스API와 데이터베이스 등 공개된 온라인 자원을 조합해 새로 만들어내는 앱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앱드론은 PC브라우저와 스마트폰 기기를 겨냥해 앱 형태의 매시업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저작도구'다. ETRI가 연구과제를 주관하고 공동연구기관 2곳이 개발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정공모과제인 '모바일 매시업 웹앱 콘텐츠 제공 기술개발'이란 주제로 토마토시스템, 네이버시스템이 공동연구기관을 맡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은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해왔다.

지난주말 다음 개발자 행사 '디브데이'에 참석해 앱드론을 처음 선보인 ETRI 김재철 선임연구원을 만나 툴 특징, 공개 일정, 개발 의의 등을 들어보았다. 그는 우선 앱드론이 '블록'이란 구성요소를 다룸으로써 기존 개발자용 도구보다 쉽게 매시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시업 저작도구 앱드론은 기존 개발자용 툴과 달리 블록이라는 구성요소를 씁니다. 별도 코딩을 하지 않고 블록만 다룰 줄 알아도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어요. 덕분에 개발 언어를 모르는 이들도 웹서비스API를 다루는 매시업을 만들 수 있죠. 블록은 오픈API와 버튼, 슬라이드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포함해 '다음 지도API', '플리커API', '조회'나 '검색요청' 단추 등을 객체화한 모듈입니다. 논리적 흐름을 조합해서 하나의 앱을 생성하게 되는 단위 요소죠.

앱드론의 블록이라는 단위 요소만 다룰 줄 알면 코드를 모르는 디자이너와 일반인들도 매시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블록은 통상적인 개발자들이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낼 수 있고 구조상 재사용하기 유리하다. 일반인이나 디자이너는 가급적 한 번 만든 블록을 재사용하면서 매시업을 만들고 특수하거나 창조적인 기능이 필요할 때 개발자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선임은 앱드론은 디자이너에게 조합 가능한 API블록과 UI블록을 조직해 다양한 앱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에겐 자신이 원하는 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코딩을 안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는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모바일앱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졌던 사례는 구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내놨던 안드로이드 앱제작도구 '앱인벤터'다. 역시 '쉬움'을 무기로 내걸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중단돼, 현재 오픈소스로 공개된 상태다. 김 선임은 앱드론이 앱인벤터의 선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구글 앱 인벤터는 일반인용 툴을 지향했지만 결국 코딩의 기본개념을 이해해야만 원활한 앱 생성이 가능합니다. 처음엔 쉬워 보이지만 논리적 구성이 복잡해질수록 점점 다루기가 난해한 사용자 경험(UX)이 특징이었죠. 프로젝트가 시들해진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좋은 시도였고, 그 사전경험이 앱드론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 좋은 참고가 됐습니다.

물론 어떤 도구를 다루는 경험이 일반인, 디자이너, 개발자에게 똑같이 '쉽다'거나 '어렵다'고 잘라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앱드론이 쉽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시업을 만들기 쉽다는 건 '만능'이란 말과 다릅니다. 다만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원활하게 프로그램 구조를 짤 수 있고, 툴을 사용할수록 그 UX가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딩 없이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도구가 꼭 모든 제작상의 난제를 걷어낸다는 뜻으로 비치진 않을지, 연구진도 항상 고민하는 사항입니다.

앱드론은 당초 지난달말 열린 디브데이 행사를 통해 정식 소개후 배포될 예정이었지만 한차례 늦어졌다. ETRI측은 지난 1년간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배포판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김 선임은 차기 디브데이 행사때 공개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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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드론 개발 환경과 타깃 플랫폼은 PC와 스마트폰을 모두 아우릅니다. 이번에 보여드린 것은 PC브라우저상의 저작도구였고요. 올해 스마트폰 브라우저상의 저작도구를 추가 개발할 예정입니다. 결과물은 독자적인 패키지 파일 형태로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도 돌릴 수 있죠.

그에 따르면 ETRI는 매시업 웹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HTML5 표준에 들어갈 '디바이스API'를 지원하는 모바일 커스텀 브라우저도 자체 개발했다. 아직 웹앱이 돌아가는 상용 모바일 브라우저가 디바이스API를 온전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바이스API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웹앱과 연동하기 위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