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한 줄 쓰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드는 기술이 화제다. 기업용 업무시스템과 연동되는 모바일앱으로 '스마트오피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다. 여기 숨은 놀라움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이 선보인 순수 국산 기술이라는 점이 아니라 내부적인 작동 원리다. SW업체 원더풀소프트가 이달초 선보인 모바일 앱 제작툴, '엠비즈메이커'에 대한 얘기다.
해당 기술은 기업의 기존 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와 연결하거나 단말기 카메라같은 내장 기기를 제어하는 것까지 전체 앱 제작 과정을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로 구현했다. 복잡한 앱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익히는 기간도 짧다는 점, 한 번 만든 결과물이 아이폰, 안드로이드 단말 환경에서 똑같이 돌아가는 점이 대기업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회사는 지난 19일 엠비즈메이커 솔루션과 서버 연동 제품 '엠비즈서버'를 활용해 영업 담당자의 실무에 쓰이는 모바일앱 제작 방법을 시연했다. 실제 제작 과정, 전문가 질의응답을 통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점쳐볼 수 있었다.
■기능
엠비즈메이커는 파워포인트만 다룰 줄 알면 앱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개발 프로세스를 지향한다. 배경을 넣고 특정 항목에 사각형 이름표를 붙이고 그에 해당되는 입력창을 나열하는 식이다. 이런 GUI 화면에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자판을 두드린 결과물이 실제 앱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현재 카메라를 켜는 기능을 쓸 수 있고 가속도계 등 표준화된 단말기 내장 부품을 다루는 기능도 추가 개발중이다.
결과물은 분류하자면 '네이티브 앱'이기 때문에, 브라우저 안에서 돌아가는 '웹앱'보다 반응속도가 빠르고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될 필요가 없다. '하이브리드' 앱처럼 코드를 변환하거나 최종 플랫폼에 맞춰 돌아가게끔 추가 코딩할 필요도 없다. 독립된 데이터 저장공간을 쓸 수도 있고 기업망과 연결시켜 돌아갈 수도 있다.
엠비즈메이커 기반의 앱 결과물은 배포할 용량이 작다. 대신 운영체제(OS)별 '엠비즈엔진'을 한 번 설치해야 한다. 복잡한 문서 원본을 작은 용량에 담아내는 PDF파일을 열어보기 위해 수십MB 용량의 PDF뷰어를 설치해 둬야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화면 크기 무관…모든 iOS-안드로이드 기기 지원
현재 엔진이 지원하는 OS는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환경이다. 특정 단말기가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모두 된다. '화면 크기' 같은 단말기별 특성을 신경쓰지 않고 만들어도 전부 똑같은 화면을 보여준다.
다만 웹브라우저가 화면 크기를 인식해 콘텐츠 배열 구조를 바꿔주는 CSS 기술 '미디어쿼리'처럼 동작하진 않는다. 이 경우 단말기마다 최적 해상도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화면이 너무 작다면 터치를 통해 보고 있는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기능을 넣어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모바일 시장 판도에 따라 지원 OS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김길웅 원더풀소프트 CTO는 (점유율이 높은) 주요 플랫폼 지원을 우선했을 뿐, 다른 플랫폼에서 엠비즈메이커 기반 앱이 돌아가는 '엔진'도 만드는 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OS', 삼성 '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존 기업망과 연동…GUI 기반 DB 접근
원더풀소프트 기술은 '모바일오피스' 구현에 필수적인 DB 연동 기능도 지원한다. 앱이 기존 기업망 DB에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엠비즈메이커에 미리 DB서버 인터넷주소를 지정해 두면, GUI편집툴 화면에서 DB와 연동시킬 특정 컴포넌트를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컴포넌트는 DB 컬럼명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불러들여 앱 제작과정과 실사용화면에서 표시해 준다.
앱을 사용하면서 만들거나 바뀐 데이터를 서버측에 저장해야 할 경우, 앱이 연결된 DB서버에 해당 앱을 위한 테이블도 자동 생성시킬 수 있다. 앱을 바꾸면서 DB 테이블 구조가 바뀌는 경우에도 그 변경에 대응하는 최소화된 질의문을 자동 생성해 대응 가능하다. 이같은 과정을 위해 서버 솔루션인 '엠비즈서버'가 필요하다.
엠비즈서버는 엠비즈메이커로 만든 앱이 읽고 쓰는 데이터를 기존 기업인프라와 연동되게 해주는 미들웨어다. 현존하는 모든 서버OS에서 돌아간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이는 원더풀소프트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이다. 회사측은 개발툴인 엠비즈메이커를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기업이나 개인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엠비즈서버를 유료 라이선스로 판매한다.
김 CTO는 엠비즈메이커는 DB관리자(DBA)를 대신해 사용자가 끌어온 DB 컬럼과 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DB모델과 SQL 쿼리문을 생성하고 테이블 구조를 만들어낸다며 시스템과 새 모바일앱을 연동하기 위해 서버측 시스템과 인프라를 바꿔주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기술이 이 솔루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계는?
엠비즈메이커와 이를 돌리는 '엠비즈엔진', 기존 시스템과 DB연동을 위한 '엠비즈서버' 등 원더풀소프트 시스템의 용도는 명확하다. 전사적 자원 관리(ERP), 고객 관계 관리(CRM), 공급망 관리(SCM), 제품 데이터 관리(PDM) 등 기업활동을 위해 PC 기반으로 쓰여온 인프라 솔루션을 모바일 영역에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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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CTO 역시 원더풀소프트 기술이 엔터테인먼트나 게임용 앱을 만드는데는 제한적이라고 인정했다. 복잡하고 화려한 시각 효과나 멀티미디어 성능을 지원하거나 단말기 내장 장치들을 연계해 독특한 방식으로 조작하는 게임 등을 만드는 식으로 활용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또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는 측면의 확장성에 제약이 있어 차별화된 목적을 지향하는 앱을 만들기에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공개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할 수 없어서다. 사용자가 앱의 코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트위터, 페이스북같은 소셜 네트워크나 웹기반 클라우드, 사진과 동영상 공유 서비스같은 외부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내부 인프라 활용이 중심인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