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美서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

일반입력 :2012/01/22 17:25    수정: 2012/01/22 18:22

남혜현 기자

#1.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 아이폰 출시를 한 달 남짓 앞두고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개발자들을 사무실로 불렀다. 아이폰 시제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 소감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긴장한 개발자들에 떨어진 것은 불호령. 잡스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크고작은 상처가 난 아이폰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이폰 화면이 잡스의 주머니속 열쇠와 부딪히며 긁힌 것이다.

주머니에 자동차나 집 열쇠를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은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주머니에 휴대전화와 열쇠를 함께 넣고 다닌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잡스는 나는 상처난 제품들을 팔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누가 들어도 무리한 것이었다. 유리로 화면을 바꿀 것, 6주 안에 완벽하게!

#2. 막판에 가서 바뀐 아이폰의 화면 디자인이 중국 공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늦은시간, 갑자기 공장에 불이 밝혀졌다. 기숙사서 잠을 자던 8천여 노동자들이 십장의 지휘하에 조립라인으로 움직였다. 그들에 주어진 것은 비스킷 한 조각과 차 한 잔.

30분만에 작업 준비를 마친 중국 노동자들은 곧바로 12시간 교대 근무에 들어갔다. 바뀐 디자인에 따라 아이폰 틀안에 유리 화면을 끼워넣기 시작한 것. 단 96시간 만에, 이 공장은 하루 1만대 이상의 아이폰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어떻게 단 몇 주안에 아이폰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미국 젊은이들에 가장 인기 많은 기업 애플이 왜 자기 나라에선 일자리를 만들지 않을까?

이같은 물음에 정답은 중국 때문이란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美씨넷은 2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었나'라는 제목으로 애플이 중국 공장에 천착하는 이유를 분석보도했다고 전했다.전현직 애플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등 36명 이상을 인터뷰해 작성된 이 기사에선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더 이상 미국 현지 생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까지 애플에서 제품 수요 및 공급을 관리한 제니퍼 라이고니는 인터뷰에서 중국 팍스콘은 밤새 3천명을 고용할 수 있었다며 어떤 미국 공장이 하룻밤새에 3천명을 고용하고 그들을 재울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위 일화를 소개한 익명의 애플 전직 임원 역시 당시 상황을 (업무)속도와 적응력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미국 공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외신은 애플이 지난 2000년대 초에 생산을 중국 현지 업체로 이전한 것은 값싼 노동력 뿐만 아니라 공급망 관리와 생산 속도, 유연한 노동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간된 애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서 약 8천700명의 산업기술자를 찾아 고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개월 남짓이다. 그러나 만약 이같은 기술자들을 중국서 채용할 경우 보름이면 충분하다는 것.

이 때문에 한 번 중국으로 몰려간 생산직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은 대통령이라 해도 하기 어려운 일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스티브 잡스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폰 생산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려 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잡스는 그 일자리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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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폭스콘 측은 오히려 난색을 표하는 형국이다. 한 밤 중에 직원들을 깨워 일을 시키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인권침해 논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 그간 중국 및 국내외 언론들은 폭스콘의 살인적이고 강압적인 노동 조건이 직원들을 자살로 이끌었다고 비판해 왔다.

이와 관련 폭스콘은 한 밤 중에 직원들을 깨워 일을 시키는 것은 근무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씨넷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