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4G LTE에서 3G의 가입자인증모듈(USIM) 사용을 허용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란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단말은 4G LTE로, 요금제는 3G로 유지하려는 이용자를 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휴대폰을 구매할 때 약정 가입 등으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에 의존한다. 제조사의 출고가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다. 때문에 출고가 80만원이 넘는 4G LTE 공단말을 사서 3G 유심을 꽂아 쓸 소비자는 흔치 않다.
특히 대부분의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가 없는 공단말을 판매하려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공단말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웃돈까지 요구한다.
따라서 현행 휴대폰 유통체계에서 이 같은 정책은 있으나마나다. 방통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방통위가 소수의 얼리어답터의 선택권도 제한하면 안 된다는 군색한 설명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3G 유심을 4G LTE에서 허용하게 된 배경도 방통위의 정책 실패 탓인데, 생색내듯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내세운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유심 허용은 KT가 2G(PCS) 사업 종료가 지연되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LTE망은 없지만 경쟁사들의 가입자 마케팅이 방관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3G·4G의 조기 투자를 독려하고 사법부와 엇박자를 낸 방통위의 책임이 없지 않다.
3G와 4G 요금제를 인가한 방통위가 무제한 요금제 허용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한 것도 한 이유다. 3G 무제한 요금제를 4G LTE 단말에서 사용하려는 이용자를 만들어낸 것은 방통위와 이통사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4G LTE에서는 대용량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도 정작 5만4천원 무제한 이용자들을 6만2천원 요금제로 전환시키려는 이통사의 꼼수를 방통위가 수수방관한 책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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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재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4G LTE도 정확하게 표현하면 4G도 아니지 않은가. 18일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의한 4G(IMT-Advanced)의 국제표준은 이동 시 100Mbps, 고정 시 1Gbps를 전송속도를 지원해야 한다.
방통위는 3G 유심의 4G LTE 사용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3G 유심의 3.9G를 허용한 것이다. 규제기관인 방통위마저 이통사의 마케팅 전략에 호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