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김우용 기자>빅데이터의 바람이 유통업계에도 몰아친다. 특히 국내 유통·소매업계는 시스템 구축(SI)에 만족하던 것에서 시야를 넓혀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빅데이터에서 찾기 시작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01회 미국소매협회(NRF) 컨벤션&엑스포’는 세가지 키워드가 지배했다. 셀프체크아웃이 실제 매장 환경을 바꾸는 트렌드였다면, IT시스템과 운영 분야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열풍이 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이나믹 CRM과 애저(AZURE) 클라우드를 활용한 리테일 솔루션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오라클 역시 클라우드 환경에 기반한 리테일 솔루션을 소개했다. 국내 유통업계에 오랜 시간 솔루션을 공급해온 후지쯔도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선보였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유통소매업은 IT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관리운영하게 해준다. 각 써드파티 솔루션을 사용하던 상품권, 기프트카드 등의 발급과 관리도 중앙집중식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더 IT환경에 신경을 쓰게 만드는 요소는 빅데이터다. 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데이터 중에서 사업 확대에 유용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탓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데이터 발생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오라클, 테라데이타, SAS, SAP, MS 등등 분석 솔루션 업체들도 현장에 부스를 차리고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도구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NRF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한국후지쯔의 주병준 상무는 “데이터 자체가 회사 내부 시스템뿐 아니라 바깥에서 많이 생겨나고, 거래선과의 데이터 공유도 복잡해졌다”라며 “이를 분석하는 엔진은 직접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용 빅데이터 솔루션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후지쯔가 주목하는 것은 POS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다. POS 데이터 분석 서비스(PDS)는 ‘매장-고객-제조업체’로 이뤄지는 유통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돈의 흐름을 읽어낸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는 현장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알기 어렵다. 때문에 누가 어떤 물건을 많이 사고, 싫어하는지 등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전체 유통구조가 더 고객친화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된다.
주 상무는 “고객의 결제정보는 매장의 POS에 모두 저장된다”라며 “이것을 중앙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수집하고, 분석한 후 제조업체에게 제공하면, 제조업체는 이 정보에 기반해 상품 기획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SMB를 대상으로 수요와 공급의 현황을 비교 분석한 후 적절한 가격을 산출해주는 최적화 솔루션도 빅데이터 분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 빅데이터와 클라우드가 실제 유통업계에서 구체화되기에 IT업계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두, 실제 현장과 IT솔루션 업체 간 온도차를 볼 수 있다.
NRF 엑스포 현장을 방문했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벤더들의 빅데이터 솔루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과연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데이터를 모으고, 필요한 것들을 뽑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유통업계가 얻고 싶어하는 것은 고객의 행동유발이다. 아무리 분석을 그럴 듯하게 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구매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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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IT벤더의 솔루션은 단순히 콘셉트만 잡은 수준에 그친다. 오히려 아마존, 이베이 같은 굴지의 인터넷 유통업체들이 개발한 자체적인 분석도구가 현장에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 상무는 “그런 점에서 아마존, 이베이 같은 유통업체가 빅데이터 솔루션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한, 소비자의 모든 검색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도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