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언리얼로 한국 게임 생태계 가꾸고파”

일반입력 :2012/01/13 11:52    수정: 2012/01/13 13:44

전하나 기자

“‘어렵고 비싸고 거만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지사 설립 4년차에 접어든 지금,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철 에픽게임스코리아 대표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여유있는 웃음을 내보였다.

전세계 톱10 안에 드는 ‘잘 나가는’ 게임사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처음 세간의 시선은 따가웠다. 친구가 되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 회사의 뛰어난 범용성과 그래픽을 자랑하는 ‘언리얼’ 엔진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의 말대로 ‘어렵고 비싸다’는 것이 전부였다.

박 대표는 이러한 오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3년 동안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제품과 교육자료의 한글화부터 개별 방문 기술지원, 정기 세미나 등 물심양면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아끼지 않으면서 협력업체를 차츰 늘려 나갔다. 그는 이를 ‘리얼 언리얼 서포트’라고 불렀다.

“에픽게임스가 2002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라이선스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지사설립 전에도 언리얼을 쓰는 게임 프로젝트가 20개 정도 됐죠. 그런데 지사 설립 후 지금 계약 진행 중인 것까지 따지면 20개 신규 프로젝트가 더 늘었거든요. 8년 동안 했던 것을 만 3년만에 이뤄낸 겁니다.”

그는 특히 국내 많은 게임사들이 자신들의 대표작에 언리얼엔진을 택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본사의 제이 윌버 부사장과 함께 방문했던 지난해 지스타에선 언리얼을 활용한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파트너사들의 부스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뿌듯함이 컸다고 했다.

“올해는 파트너사들에 기술지원을 더 세심히 신경쓰면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엔진 라이선스라는 것이 계약이 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적어도 3년에서 4년은 함께 가자는 약속이거든요. 좋은 게임, 재밌는 게임이 나오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비전이죠.”

최근에는 라이선스 전략을 모바일게임으로 확장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넥슨모바일이 언리얼엔진3를 탑재한 ‘컴뱃암즈 : 좀비’를 글로벌 앱스토어에 선보였고 온라인게임 개발사 두빅게임스튜디오와 브리디아 등도 해당 엔진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제작 중이다.

박 대표는 모바일 라이선스 정책은 PC게임보다도 더 합리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충분히 합당한 투자로 여길 수 있을 만큼의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본사의 든든한 후방지원이 자리한다.

에픽게임스의 자회사가 개발한 ‘인피니티 블레이드’라는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본사에서도 모바일을 중요한 게임플랫폼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언리얼엔진3로 만들어진 최초의 모바일 게임으로 지난 2010년 출시되기 전부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게임은 지난해 미국 유명 게임 매체로부터 ‘향후 iOS 게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게임’이라는 평과 더불어 10여개가 넘는 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후속작이 출시됐으며 현재까지 해당 게임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익만 3천만달러(한화 3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한편 이처럼 달콤한 성과를 맛볼수록 협력사 동반성장에 대한 에픽게임스의 고민도 깊어졌다. 박 대표가 직접 산학지원 언리얼 아카데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언리얼 아카데미는 국내 대학에 언리얼엔진3와 관련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6개 학교와 뜻을 함께 했다. 올해는 10개 학교까지 지원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양한 개발사들과 만나는 것인데, 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고충이 바로 인력수급 문제더군요.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과 실력있는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개발사들 간 ‘연결고리’가 돼 전체 게임 생태계의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