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웃고, MBC 우는 이유

일반입력 :2012/01/07 20:44    수정: 2012/01/09 09:20

정현정 기자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전격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30년 넘게 이어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 체제가 붕괴되면서 방송광고 시장에 새로운 판매 질서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방송업계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SBS와 종합편성채널은 독자 미디어렙에 편입되면서 사실상의 직접 광고영업을 보장받았다. 미디어렙 논의와 KBS 수신료 인상 연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KBS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반면, MBC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국회 문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5일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 KBS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안과 미디어렙 관련 법률 개정안을 차례로 강행 처리했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히면서 오는 12~13일 예정된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소위에서 참여하지 않는 ‘투트랙 전략’을 쓰기로 하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SBS-종합편성채널 웃었다

종합편성채널은 이번 미디어렙 제정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3년 간 직접 광고영업을 보장받은 데다 이후에도 사실상의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원칙적으로 신문과 방송의 연계판매는 금지됐지만 유예기간 동안에는 신문의 영향력을 앞세운 패키지 판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S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독자 미디어렙에 편입돼 기존보다 자유로운 광고영업이 가능해진데다 SBS플러스, SBS골프 등 계열 채널들과 연계 판매도 보장받으면서 광고 단가 상승도 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주회사가 미디어렙 지분 소유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당초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 미디어크리에이트를 통해 광고를 판매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만 한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보도기능을 가진 SBS와 종합편성채널도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딜’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코바코 체제에서 수행했던 중소방송 지원과 기금 운영의 투명성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SBS와 종합편성채널들이 광고주와 사실상의 직거래를 하면서 기존 지상파보다 유연한 모양새를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도와 연계된 음성적인 거래들도 활성화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MBC 최대 피해자?…PP업계 ‘발등에 불’

KBS·MBC·EBS는 공영방송으로 묶여 새로이 설립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편입되면서 방송광고 판매에 있어 현 코바코 체제와 유사한 제약이 뒤따를 예정이다. 하지만 미디어렙 법안이 KBS 수신료 인상 논의와 맞물리면서 KBS는 숙원사업인 수신료 인상과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반면 MBC는 100%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방송사임에도 SBS처럼 자율적인 광고영업도 불가한데다 수신료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신세가 됐다. 미디어렙 법안이 현행대로 통과될 경우 법안이 제정돼 공포되는 시점에 맞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MBC는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방송사인 만큼 KBS와 EBS 등 수신료를 주재원으로 하는 방송사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당 법률안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심각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MBC에 대해서는 근거 없이 과도한 차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에서 소외된 일반 PP업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SBS와 종편에 1사 1렙 영업이 허용되고 지상파와 계열 PP채널의 광고 연계판매도 가능해지면서 직격탄을 맞는 PP업계는 지상파로의 방송광고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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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방과 종교방송 등 중소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는 예년 수준의 방송광고 결합판매를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일반PP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배려도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반발이 상당하다. 지상파 계열채널 연계판매 시 PP업계는 약 1천억원 이상의 방송광고 매출이 추가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CJ E&M을 필두로 자체제작 경쟁력을 키워 온 PP 사업자는 이번 법안 제정에서 소외되면서 서운한 모양새다. 법안 처리가 기정사실화 된 이상 총선 이후 민주당이 약속한 법안 개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