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뒤집어 놓은 정용욱 누구인가

일반입력 :2012/01/05 10:20    수정: 2012/01/05 10:26

정현정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금품 수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씨는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최 위원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방송통신정책 결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으로 의성 출신인 정씨는 10여년 전 선거기획 등 정치컨설팅 업체 한섬기획을 운영하면서 당시 갤럽 회장으로 재직중이던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에 합류해 최 위원장과 함께 홍보전략을 세우면서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최 위원장은 2008년 방통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개방형 직위에 관한 특례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4급 계약직 공무원인 ‘정책보좌역’을 신설하고 그해 7월 정씨를 발탁했다. 이후 그는 방통위 내부에서 사실상 ‘실세’로 군림하면서 방송통신업계에 각종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주로 국회와 청와대 등을 상대로 정무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해외출장 등 최시중 위원장 동선에도 동행해 집사 내지 개인비서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업계에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힘있는 인물로 꼽힌 동시에 내부 직원들에게도 ‘불편한 사람’으로 통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직원들은 지휘체계상 직접 지시를 받는 위치가 아니지만 최 위원장과 가까이 있는 사람인 만큼 처세 측면에서 불편하더라도 가까이 지내려고 했던 것이 사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시중 위원장의 연임을 위한 청문회 당시에는 정 씨의 결혼 문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재혼한 정씨의 부인은 과거 최 위원장의 개인 비서였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0월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해외에 출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가 술렁였다. 그 동안 정씨가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면서 기업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태에서 검찰 등 사정당국이 내사를 시작하자 해외 도피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수뢰의혹이 터진 직후 방통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국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판도라 상자가 열리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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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정씨가 갑작스럽게 사표를 냈을 때도 이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면서 “아무래도 일이 터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는데 정씨와 관련된 내용이 ‘나는 꼼수다’에 언급되면서 사태가 공론화되는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정 씨의 사직서 제출을 전후로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던만큼 지금 시점에 의혹이 확산된 것을 두고 최 위원장이 사실상 정치권으로부터 ‘팽(烹)’ 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