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BM 특허 인수…오라클 '역공' 작업

구글이 최근 IBM 특허 217개를 사들여 오라클과 진행중인 안드로이드 소송 대응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미국 씨넷은 3일(현지시각) 미국 특허청(USPTO) 웹사이트에 게재된 소식을 인용해 구글이 지난해말 IBM이 등록한 특허 188개와 특허출원중인 지적재산 29개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구글과 IBM 모두 거래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관련 코멘트를 거부했다.

외신은 특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과 업계 장악력을 키우는 싸움을 위한 핵심적인 '도구'로 통한다고 썼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이 시장에 발을 들인 구글은 엷은 층으로 구성된 특허 자산 때문에 지적재산 관련 법정싸움에 많은 약점을 드러내온 것으로 비친다.

구글이 특허 침해 혐의를 물고 늘어지는 기업을 상대로 '일반적인' 법적 방어수단을 동원해 그를 무력화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 기업이 자사 특허 침해를 근거로 소송을 걸어올 경우, 피고 기업은 자사 특허도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통해 원고를 맞고소하는 게 흔한 대응 방식이다. 소송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대개 양사는 최종 판결 이전에 상호 특허 이용을 허용하는 크로스라이선싱 계약을 맺는 쪽으로 합의하게 된다는 얘기다.

■오라클에 역공 준비중?

그런데 구글은 오라클과 안드로이드 관련 특허 소송을 치르면서 특허 보유 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일방적으로 구글에 특허 침해에 대한 배상을 내놓으라며 압박중인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들어간 기술이 오라클의 자바 모바일에디션(ME)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방어적 입장만 취해왔다.

씨넷 블로거 제이 그린은 적절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없었던 구글은 '과녁'이었다며 최근 6개월간 회사는 IBM과 다른 기업들의 특허를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진행중인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건의 구실이 그 특허 자산 확보에 있다고 언급키도 했다고 지적했다.

IBM에게서 사들인 특허 가운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관련 항목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신 오라클 간판 제품인 데이터베이스(DB)관련 특허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특허번호 6442548 '제품을 알아차리지 못한 DB를 위한 DB인터페이스'와 7831632는 '관계형DB에서 객체 모델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시스템과 방법'이 그런 예다.

그린은 이 특허들이 DB공룡기업인 오라클과 법정싸움을 진행해나가는 데 쓸모가 클 것이라며 물론 IBM에게서 사들인 나머지 특허 목록에는 구글이 만들 제품에 관련된 내용도 있을 것이다고 썼다.

■안드로이드, 특허 소송에 '몸살'

지난해 6월 중순경 오라클은 안드로이드가 자바 기술에 포함된 모바일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통해 수십억달러 배상을 요구하며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구글이 패소할 경우 구글뿐 아니라 전세계 안드로이드 부문 파트너인 제조사, 통신사,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까지 특허 침해 배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재판 진행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은 오픈소스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주도적으로 개발하면서 제조사와 통신사들에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에는 영국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도 안드로이드에 탑재된 마켓, 지도, 검색 등 6개 서비스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는 주장으로 구글을 고소키도 했다.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특허 분쟁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조사 삼성과 HTC 등에도 불똥을 튀긴 바 있다.

한편 IBM 입장은 구글이 그간 쌓아온 지적재산을 기꺼이 사들일 고객이란 점에서 특허를 통해 자산 가치를 높일 기회를 얻은 것으로 비친다. 구글은 지난해 7월말에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메모리,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라우터 등 여러 분야에 걸친 IBM 특허 1천30건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개월 앞서 진행된 노텔 통신특허 인수전에서 애플 연합에 당한 패배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