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오라클 엑사데이터 30대를 샀다?

일반입력 :2011/12/23 08:48    수정: 2011/12/23 09:45

“미국의 매우 큰 스마트폰 제조사가 엑사데이터 30대를 도입해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가 20일 컨퍼런스콜에서 한 발언이다. 엑사데이터 판매가 너무 부진하다는 투자자들의 질타에 답변한 것으로, 한 번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고객사 애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형 스마트폰 업체라면 애플과 모토로라 정도다. 모토로라는 구글에 합병될 예정이다. 구글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춘 회사란 점을 감안하면, 래리 엘리슨 CEO가 지칭한 회사가 모토로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은 곳은 애플이다.

■오라클CEO가 비밀주의 애플을 언급한 이유

애플은 자사의 인프라 환경을 철저히 비밀리에 붙인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했던 6월 데이터센터 내부를 노출했다. 스티브 잡스 당시 CEO 뒤에 나타난 노스캐롤라이나 메이든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에 각 IT업체들의 솔루션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 노출된 사진에 따르면, 애플 아이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HP 프로라이언트 서버와 넷앱 스토리지, 테라데이타 데이터웨어하우징(DW) 어플라이언스를 사용했다. 오라클 엑사데이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애플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와 리얼애플리케이션클러스터(RAC)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비록 돌려말한 것이라 해도 래리 엘리슨 CEO의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오라클 하드웨어 사업의 유망함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여도 5%의 엑사데이터가 파이프라인?

지난 20일 오라클은 회계연도 2012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동기대비 14% 하락한 하드웨어 사업 성적표를 공개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3분기 전년동기대비 239% 성장을 기록한 이후 부진의 연속이다.

오라클 측은 하드웨어 사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드웨어사업이 전체 매출의 10%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사업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오라클은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후 작년 10월 엑사데이터X2-2를 출시했다. 이전에 썬이 제작했던 엑사데이터를 보다 최적화해내놓은 것이다. 엑사데이터와 함께 웹애플리케이션서버용 엑사로직도 출시됐다.

출시 후 엑사데이터는 2년째 과도기를 겪고 있다. 오라클은 작년 9월부터 엑사데이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이후 2분기 실적에서 239% 매출성장으로 나타났다.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래리 엘리슨 CEO, 마크 허드 사장 등은 자신감이 넘쳤다.

오라클은 당시 증권가에 '“2012 회계연도에 엑사데이터 클러스터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기반을 3배로 늘리겠다”라며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후 분기 실적표는 하드웨어 사업의 마이너스 행진이다. 2011년 4분기는 전년대비 6.2% 떨어졌고, 2012년 1분기는 전년대비 5% 줄었다. 2분기 실적은 14% 감소로 당초 전문가 예상치인 2% 감소보다 더 컸다.

전체 하드웨어 시스템 매출은 9억5천300만달러다. 오라클 2분기 총 매출 87억9천만달러 중 9%도 되지 않는다. 엑사데이터, 엑사로직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과 개별 스팍 시스템의 매출을 합친 것을 감안하면 엑사데이터의 기여도는 5% 내외다.

래리 엘리슨 CEO는 엑사데이터와 엑사로직 제품군을 경쟁사 IBM을 물리치고 사용자에게 이익을 보장하는 하드웨어 파이프라인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을 유추할 만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지난 2분기동안 200대의 엑사데이터와 엑사로직을 판매했다”라며 “3분기엔 300대를 팔고, 4분기에는 400대를 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분기에 이르면 엔지니어드 시스템 매출이 10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며 이듬해엔 2배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마크 허드 사장은 기존의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엑사데이터 판매에 어려움이 없고, 파이프라인 이슈는 없다”라며 “당초 3배의 고객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마도 3배는 어렵고 2.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공개된 엑사데이터 사례

래리 엘리슨 CEO는 추가로 2분기에 얻어낸 여러 기업들의 엑사 시리즈 도입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IBM, 시스코 등으로부터 고객을 확보한 사례를 언급했다.

엘리슨 CEO에 따르면, 멜버른 대학교는 엑사로직을 채택해 퓨전미들웨어를 구동하고 있다. 오라클은 시스코의 UCS 블레이드서버와 VM웨어 가상화 조합에서 승리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엑사로직 5대를 구매했고, 이전에 엑사데이터를 채택했었다. 암웨이는 IBM의 파워시스템을 버리고 엑사로직 2대와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엑사로직 구매자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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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엑사데이터 도입이 사실이라면 도입비용은 얼마나 될까 유추할 수 있다. 엑사데이터X2-2는 8개의 2소켓 x86서버와, 3개의 QDR 인피니밴드 스위치, 14개의 스토리지 서버로 구성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1g가 포함되며 무정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추가로 리얼 애플리케이션 클러스터(RAC)를 투입할 수 있다.

애플이 엑사데이터 랙 30대를 구매했다면, 전체 하드웨어 비용은 최대 3천300만달러다. 여기에 DB와 RAC를 추가하면 자그마치 1억3천410만달러로 껑충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