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블릿'의 해였다. 상반기 애플이 아이패드를 1천400만대 가량 팔아치우며 태블릿 시장을 독주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아마존 킨들 파이어 등 걸출한 대항마들이 등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도 거셌다. 가트너 추산 올해 태블릿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0% 성장한 6천300만대 수준. 노트북 시장을 위협할만큼 영향력이 커지자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주요 기업들은 디자인, 무선 통신 기술 등 다방면에서 태블릿 특허 소송을 벌였다. 시장 선점을 위한 상대방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이어졌다.
콘텐츠 시장도 급성장했다. 애플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이패드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10만개를 넘어섰다. 태블릿 단말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자책,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등도 크게 늘었다. 단말기와 콘텐츠를 잇는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199달러 저가 제품의 등장은 올해 태블릿 시장의 '꽃'이었다. 아마존 킨들 파이어, 반스앤노블의 누크 태블릿, 노바 소닉 등이 99~199달러짜리 태블릿을 선보이며 '가격 경쟁력'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조건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199달러 킨들 파이어 등장, 태블릿 가격 혁명
신호탄은 '킨들 파이어'다. 등장과 동시에 애플 아이패드의 독주를 눌렀다. 아마존에 따르면 킨들 파이어는 최근 매주 100만대씩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연내 600만대 이상 판매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시 한 달 반만의 일이다.
아마존은 저가 제품에 '콘텐츠'라는 핵심 요소를 심었다. 그간 태블릿 경쟁이 '사양'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한 번에 뒤집은 것이다. 킨들 파이어는 전후면 카메라도 없고, 저장공간도 8GB로 협소하다. 대신 저렴한 가격에 아마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아마존서 구매한 전자책 뿐만 아니라 영화, TV 쇼 등을 킨들 파이어에서 감상한다.
킨들 파이어의 성공은 다른 경쟁업체들도 자극했다. 노바소닉은 킨들 파이어 발매 한 달 후 99달러 태블릿을 내놨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리서치인모션(RIM)이나 HTC, 레노버 등은 자사 태블릿의 가격을 200달러씩 낮춘 299~399 달러에 판매했다.
이같은 태블릿 가격 하락은 내년엔 더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수많은 태블릿 업체들이 실험을 통해 가격과 판매량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HP가 사업정리를 위해 99달러에 파격할인한 터치패드는 판매와 동시에 물량이 동나기도 했다. 가격을 낮춘 태블릿들이 대부분 판매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김석기 중앙일보 모바일총괄 이사는 아마존 킨들 파이어, 노바소닉 등이 올해 199~99달러 짜리 태블릿을 내놓는 등 올해 의미 있는 가격대가 형성됐다며 내년엔 이같은 가격대 제품이 더 등장해 태블릿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태블릿 싹 텄다
국내서도 태블릿에 대한 관심은 컸다. 해외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태블릿 구매도 크게 늘었다.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애플 아이패드다. 3G와 와이파이 버전을 모두 합쳐 올해 50만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도 갤럭시탭 시리즈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국내선 아이패드2가 많이 팔렸다며 구글에서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탭 10.1을 개발해 선보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시장서 태블릿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문으로 평가했다. 외부 활동이 많은 영업직은 물론, 병원이나 솔루션 업체 등에서 태블릿이 핵심 기기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델, 도시바, 레노버 등 올해 국내 태블릿 시장에 진입한 다수 업체들 역시 기업 시장을 겨냥했다. 기업들이 태블릿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보안과 통합이라는 이슈를 해결한다면 훨씬 큰 시장이 열릴 것이란 설명이다.
임정아 델 부사장은 국내선 태블릿이 초기 단계지만 델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모두 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네트워크 요금제와 결합한 모델을 고려했을 때 시장이 커갈 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내년부터 국내서도 태블릿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시장 트렌드가 1~2년 안에 국내 반영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외산 태블릿들의 가격경쟁을 국내업체들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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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콘텐츠 확산과 가치 부여 측면에서 태블릿 경쟁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하드웨어 단말기만 판매하는 것을 넘어 태블릿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그 활용도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채기 가트너 이사는 태블릿은 이미 시장 자체가 굉장히 성장해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이젠 기업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태블릿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관점을 정립하는 것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