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설립한 '통합전자도서관'이 출범 1년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저작권자나 출판유통업체와 전자책 납품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통합전자도서관에서 이용할 전자책, 전자 잡지, 교육용 콘텐츠 구매에 5억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그간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에 지원되던 전자책 구매 예산은 없어진다. 산술적으로 전체 도서관에서 구매하는 전자책 규모가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통합전자도서관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도서 대여 편의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9년 각 도서관의 전산 서비스를 통합한 만큼, 콘텐츠 구매와 대여도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 수순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통합전자도서관이 양질의 전자책 출판을 저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전자책 산업에서 도서관을 비롯한 B2B 시장 규모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수준. 각 지자체 교육청별로 운영중인 도서관이 모두 서울시처럼 통합해 운영할 경우 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유통업체 관계자는 21곳에 납품하던 전자책을 통합전자도서관 한 곳으로 단일화 할 경우 판매 수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책들은 그간 도서관에 납품하는 형태로 판매가 보장됐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천200만명 서울 시민이 전자책 10권 이용?
통합전자도서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 전자책 시장 규모가 작은만큼 한 군데라도 더 납품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우선은 받아 들이겠다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있다. '가격 산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통합전자도서관에서 권 당 10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전자책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타이틀당 10권의 책으로 1천200만명의 서울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셈이다. 그간 도서관을 주 판매처로 발간됐던 학술서적 같은 경우엔 서울시에서 단 10권의 판매밖에 기대할 수 없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10권 밖에 안 팔리는데 누가 책을 쓰려고 하겠느냐며 저작권자나 유통업체들이 납득할만한 정당한 금액으로 구매를 해 콘텐츠 산업을 살려야 할 도서관이 가격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는 이와 관련 기존 개별 도서관들이 권당 3~5명의 동시 이용자를 지원했는데 통합전자도서관은 권당 이용자를 10명으로 늘렸다며 가격이나 계약 조건에 동의하는 납품업체만 응하도록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콘텐츠 생태계 확산? 우선 '소통' 부터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전자책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77.7% 늘어난 110억원이다. 상반기만 비교하면 730%나 뛰었다. 종이책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성장폭은 크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며 전자책 이용 횟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지금 당장의 전자책 대여 실적만으로 통합전자도서관의 납품 계약을 받아들일 경우 산업 발전의 족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21곳 도서관의 전자책 대여를 한 곳에 모은 것 뿐이지만 앞으론 1천200여 학교 도서관에서도 통합전자도서관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며 지자체별로 통합전자도서관 사업을 눈치만 보고 있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사례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될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 창구' 필요성도 제기됐다. 도서관 납품을 검토하다 결국 포기한 한 유통 관계자는 시교육청과 출판유통업체, 저작권자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적정 수준의 저작권료와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해 콘텐츠 산업 자체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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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책'이 모든 문화 콘텐츠의 근간인만큼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정부는 내년 콘텐츠 산업 육성에 총 6천595억원의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도서' 부문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내년 문화부의 전자책 지원 예산 역시 올해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면서 도서관은 한 사람이라도 필요하면 구비를 해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의무인데 마치 TV 프로그램처럼 트렌드만 쫒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