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카닉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메카닉 게임에 대해 많이 알려 주세요.”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라 작가의 첫 마디다. 김 작가는 메카닉 콘셉트 디자이너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A 게임업체에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신분으로 국내 메카닉 게임의 팬아트 이벤트에 응모해 이용자들로부터 화제가 됐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저를 지켜봐 주시던 팬께서 메카닉 게임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응모해 보라고 권유해서 예전에 그려왔던 작품을 응모했었어요.”
김유라 작가가 이벤트에 참여한 게임은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콜로니 오브 워다. 일본에서 먼저 성공한 후 국내 메카닉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각오로 중소업체가 게임을 서비스 중인 작품이다. 하지만 김유라 작가가 작품을 응모한 후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게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 현직에서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것 때문이었다.
“응모한 지 몇 시간 만에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려서 당황했어요. 단지 메카닉 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된다는 사실이 기뻐서 저도 팬의 입장에서 응모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이후 그녀는 게임 이용자들의 응모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응모를 철회했다. 하지만 김 작가가 응모를 철회하자 멋진 작품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게임 이용자들이 빗발치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녀의 첫 직장은 메카닉 게임을 만들던 업체였다. 어렸을 적부터 메카닉 계열을 무척 좋아해서 자신이 그린 로봇이 게임으로 나오는 꿈을 품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녀의 꿈을 펼치기에는 어려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게임시장은 메카닉 장르의 무덤으로 불린다. 판타지 장르가 다중역할수행게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메카닉의 장르의 부재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메카닉 장르의 게임들은 꾸준히 개발됐었다. 하지만 랜드매스, 엑스틸, 메탈레이지등 작품성이 훌륭했음에도 이용자층이 적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한 비운의 게임들이 다수다. 또한, 라제스카의 경우 8년에 걸친 개발을 이끌어오다가 장르까지 교체했지만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나온 작품도 있다.
“메카닉 게임 시장이 전무 하면서 로봇을 그리는 게임 관련 원화가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일자리가 없거든요”
그녀는 또한 메카닉 게임을 개발하던 업체에서 두 번 정도 일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이후 메카닉에 대한 꿈은 자신의 블로그에만 남기고 판타지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를 진행한 개발사인 플레아에서 김 작가와 협의를 통해 메카닉 디자인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유라 작가는 “SF 메카닉 마니아로서 제가 디자인한 메카닉이 게임 내에 구현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라며 “저도 같은 팬으로 좋은 메카닉을 디자인해 SF 마니아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개발사인 플레아에서는 김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SF 콘셉트 디자이너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콜로니 오브 워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개발사의 SF 콘텐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니아끼리는 통한다는 말처럼, 이와 같은 애정이 SF 마니아들에게 제대로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발사인 플레아 측은 콜로니 오브 워를 위해 SF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들을 모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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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아 이종성 기술이사는 “콜로니 오브 워를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를 토대로, 그간 국내에서 나오지 않은 제대로 된 SF 게임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라며 “국내 SF 콘셉트 디자이너들을 다수 섭외해 최고의 SF 게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메카닉 게임 시장에 한 중소업체와 메카닉 콘셉트 디자이너들이 활성화를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