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문 전 한국EMC 사장이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액티피오라는 미국계 스토리지 가상화 업체 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지금의 그는 지난 1995년 한국EMC를 설립해 10여년간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와 다른 모습이다. 열정과 도전의식을 갖춘 여느 신임 지사장과 다를 바 없었다.
정 사장이 합류한 액티피오는 2009년 EMC, HP, IBM, 데이터도메인 출신 인력이 주축돼 설립한 스토리지 가상화 전문기업이다. 이제 갓 2년여된 신생기업으로 북미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는 동시에 최근 유럽 시장에 막 진출한 상황이다.
이 회사가 한국을 필두로 아태지역 진출에 나선 것은 정 사장의 역할이 컸다.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서 보여줬던 그의 능력을 본사에서 믿고 든든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EMC 시절 모셨던 보스(본사 상급자)가 액티피오에 합류한 것도 기회가 됐다.
액티피오는 11월 1일 한국을 시작으로 아태지역에서는 일본, 호주, 중국, 대만 등에 지사를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마지막 퍼즐'을 소개할 것
액티피오를 대표하는 제품은 '데이터보호 및 가용성 스토리지(PAS)' 플랫폼이다. 이 제품은 기업내의 인프라상에 독립적으로 산재하는 각종 사일로(silo) 데이터들을 통합시켜 단일화한 스토리지로, SLA 기반의 데이터 운용 및 관리를 가능케 한다.
또한 데이터 관리를 스토리지, 네트워크 및 서버 인프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 데이터 관리를 수행한다. 특히 기존 각 장비별 포인트 관리툴을 대체함으로써 저소비 전력, 네트워크 부하 경감, 운용비용 저감 등 총 구매관리 비용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스토리지 클라우드 컴퓨팅을 완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인 것이다. 바로 이 것이 정 사장이 액티피오에 합류한 이유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 앞으로 꼭 필요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미 서버와 네트워크 분야의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은 어느 정도 완성돼 있지만 스토리지 분야 가상화 기술은 완성도가 낮다면서 액티피오의 기술이 향후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으며, 클라우드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스토리지 및 데이터 관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막연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 사장은 최근 잠재 고객들을 만나거나 예비 파트너들과 접촉해 보면 호응이 좋다면서도 기존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등 관리환경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접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산 시스템을 간소화, 단촐화하는 제품의 특성상 모든 관련 SW 및 HW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며, 앞으로 고생할 각오를 하고 비즈니스를 안착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
■4번타자 아닌 초임 감독으로의 첫 승부수
지난 2004년 한국EMC를 떠나면서 정 사장의 행보는 결코 쉽지 않았다. 프랑스계 스토리지 업체인 에이템포의 한국 진출은 성공적이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창업의 꿈을 품고 승부수를 던졌던 헤이워드테크는 업계 사정상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액티피오에 합류하기 전, 정 사장에게 러브콜을 한 업체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스토리지 시장에서 재기하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액티피오는 배수진을 치고 성공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그에게 충분히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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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야구로 비유하자면 왕년에 4번타자가 이제 초임 감독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직접 뛰는 것 보다는 멘토링과 후방 지원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액티피오는 한국지사 설립 작업을 위해 인력 및 파트너사 확보 중이며, 예비 파트너 대상의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영업활동은 내년 초부터 시작해 연내 뿌리를 내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