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스토리지 업계의 대부’ 정형문 씨(49세)가, 20년 넘게 일해온 IT 업계를 떠난다. 1995년, 혼자서 EMC 한국지사를 열어 창업 4년 만에 연간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여 IT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 오늘 날 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한국EMC를 스토리지 업계 부동의 리더로 키워놓았던 사람. 본사도 극구 만류하던 한국EMC 회장 자리를 홀연히 떠났다가 작년 8월 에이템포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으로 돌아오면서, ‘의리 때문에…’라고 말했던 그가, ‘이제 이 회사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다’면서 창업을 선언했다. 헤이워드테크. EMC 본사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엄지를 치켜 올렸다던 그의 영문이름 ‘헤이워드’를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그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라는 얘기다. 웨이퍼와 유리를 얇게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조업이다.“모두 다 제조업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웨이퍼를 얇게 하는 기술과 LCD용 유리, 아니 모든 유리를 얇게 하는 기술 중에 그쪽 업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부분이 있음을 알았고, 국내는 물론 국제특허까지 보유한 사람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힘들 걸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고, 업계를 깜짝놀라게 할 기술이기 때문에 자신있다. IT 업계에서 쌓은 명성 이상을 반드시 이루겠다.”“웨이퍼(Wafer)의 뒤틀림(warpage) 현상을 제로로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현재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또한 LCD용 유리를 0.4t는 물론 그 이하로도 얇게 만들 수 있으면서 바로 양산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가능하다. 바로 그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흔히 말하는 불루오션을 창조할 것이다. 이미 영업적으로 상당한 단계까지 깊숙히 논의되고 있는 고객도 있다. 기술을 가진 자와 사업화하는 자의 절묘한 협업, 대기업을 상대로 생산 프로세스를 혁신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당당한 파트너로서의 중소기업, 묵묵히 ‘기술한국’의 토대 노릇을 하는 강한 중소 기업, 주주와 종업원 이익의 극대화, 철저한 원칙 위주의 정도 경영. 이걸 현실화 시킬 작정이다. 지켜봐달라”라고 정 사장은 말했다. IMF 때 한복을 입고 본사를 찾아가 당당하게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본사 사장을 설득하여 수천만 달러어치의 스토리지를 무기한 대금지불연장 조건으로 국내에 공급한 일, 본사 시무식에서 6년 연속 최고 컨트리 매니저 상을 수상하고 내려가는 정사장에게 본사 수석 부사장이 네 번씩이나 한국식 큰절을 올렸던 일, 창사 6년 만에 한국지사를 지사 랭킹 5위로 끌어 올린 일,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하자 전 세계적으로 긴축재정을 요구하던 본사를 찾아가서 ‘위기일 때 투자함이 사업을 확장하는 지름길’이라며 한국에 솔루션 센터를 오픈하도록 투자를 성사시킨 일, 매년 ‘차라리 내 봉급은 삭감해도 좋다’며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장하여 업계 최고수준의 급여 체계를 구축한 일 등, 그가 한국EMC에 근무하던 시절에 만들어 낸 일화들은 지금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에이템포 아시아지역 책임자로 근무한 불과 1년여의 기간 동안에도 한국 에이템포의 영업정책을 거의 국내 기업 수준으로 현지화시켜, 지난해에 비해 25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의 성공신화를 계속 만들어왔다. “참으로 놀랐다. 국내에 이런 기술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러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현실적으로 절망에 가까운 벽이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왜 기술자는 가난해야 되고, 자기 기술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신기술을 접목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화려한 겉모습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마시고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도 기회를 달라. 그들이 바로 우리 한국의 미래다. 반드시 그쪽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