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에 암운이 드리웠다. 청소년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논란 속에서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문화부도 이에 동조해 전방위적으로 게임산업 옥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성부에 이어 문화부가 게임산업 규제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부는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비슷한 선택적 셧다운제를 마련하며 2중 규제에 나섰고 게임 사행성과 과몰입을 막겠다는 논리로 아이템현금거래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시장은 올해 게임산업의 최대 화두를 법적 규제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문화콘텐츠 산업 중 해외수출 효자 종목인 게임산업의 발전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청소년 게임하지마, 법으로 규제…효과無
지난달 시행된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심야 게임이용을 강제적으로 막는 내용이다. 규제 대상은 PC온라인 게임이다.
이에 비해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실명, 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 ▲청소년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이용시간 및 이용량 제한 ▲청소년 본인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게임이용내역 고지 ▲게임화면에 이용시간 경과 표시 방법 등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두 가지 다른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자율권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다. 이중 규제 외에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PC패키지 게임은 강제적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선택적 셧다운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 모두 청소년 게임 접속 제한에 대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행된 이후 게임업계는 달라진 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소년 이용자가 줄어든 반면 어른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 저연령층이 줄었든 만큼 고연령층이 늘어든 셈이다.
이는 청소년 일부가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심야에도 게임을 계속 즐긴다고 해석된다.
일부 청소년은 여성부와 문화부를 조롱하고 있을 정도. 부모의 허락을 받고 심야에 게임을 해왔지만 규제 법안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이들 일부는 아직도 심야에 게임을 즐긴다.
전문가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법으로 제한하기 보다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직접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게입업계도 게임의 순기능을 바로 알리고 역기능 방지에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 업계전문가는 “주먹구구식 규제 난발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부작용도 발생한다.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양쪽 귀를 열고 산업종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면서 “게임업계도 역기능 방지를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셧다운제를 위한 셧다운제를 위해 주민번호 수집?…시한폭탄
셧다운제는 여로 모로 논란꺼리다. 실효성 형평성 외에도 위험성도 대두됐다.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셧다운제를 위해 각 게임사는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 밖에 없다. 셧다운제에 참여하기 위해 각 게임사는 주민번호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게임접속을 차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넥슨의 해킹 사태를 보면 개인 정보 수집과 저장의 위험성은 여실이 들어났다. 최고의 보안수준을 유지해왔던 넥슨이 나날이 발전하는 해킹 기술에 무너졌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이용자의 정보 1천320만여개가 해킹, 현재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재발방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넥슨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비밀변호 변경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번 넥슨의 해킹 사태를 보면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폐기를 하고 싶어도 셧다운제 때문에 이도저도 못한다고 업계관계자는 설명한다.
한 업계고위관계자는 “셧다운제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며 “최고 수준의 보안관제를 하더라도 해킹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주민번호 수집 저장은 각 게임사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템현금거래에 칼을 댄 문화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게임의 사행성과 과몰입을 막는다며 아이템현금거래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문화부는 지난달 30일 공청회를 열고 관련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는 내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코자 마련됐다.
이날 법조계, 학계, 산업계 대표 패널들이 나서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게임 아이템현금거래 금지, 아케이드게임 점수보관·교환 금지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화두는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
문화부가 꺼내든 아이템현금거래 금지 카드는 전체이용가·12세 이용가·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물을 대상으로 청소년은 물론 이를 즐기는 성인 이용자도 게임머니 또는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강제적으로 막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승재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현금거래가 사행화 문제 뿐 아니라 게임 과몰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청소년 보호 취지를 담은 개정안에 담게 된 것”이라고 게임법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문제는 아이템현금거래가 게임 사행성과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대목이다.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는데도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이템현금거래는 법적으로도 인정된 부분이다.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한 부분이다. 오히려 문화부가 성인 게임 이용자들의 자율적 거래와 게임 이용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우려된다.
주목해야할 것은 게임아이템과 게임머니가 실체적인 재산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개인 간의 아이템 거래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게임사는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아이템현금거래를 도와주는 자체 시스템 마련에 나선 상태다. 북미 등의 국가에선 아이템현금거래를 각 게임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법조계도 일방통행 중인 게임산업 규제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법무법인 로텍의 이헌욱 변호사는 “국가정책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하면서 한편에선 게임산업 전반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규제 정책을 취하는 것은 효율적인 국가작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네북 게임,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으로 보여야
그렇다면 왜 게임이 정치권의 동네북이 됐을까. 이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정치권에 힘을 보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때려도 가만히 맞기만 하는 게임업계를 정치권이 쉽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의사협회 약사협회 등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들 협회는 정부의 정책에 맞서 단결력과 협동력을 보이며 정치권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움직임을 같이 했다. 예를 들어 슈퍼약 판매에 대해선 약사협회가 전방에 나서 약사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도 힘을 보탰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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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게임산업협회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평가다. 힘도 없고 결단력도 없으며 협동력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다. 향후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정부의 규제로 인해 날개를 잃고 추락할 수 있는 만큼 각 게임사는 게임산업협회에 힘을 실어주고 단체 행동에 나서야할 때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복수의 전문가는 “게임산업협회와 소속 회원사가 더욱 힘을 합쳐 정치권에 목소리를 높여야한다”면서 “협회 소속 회원사가 자사의 이익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 발전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