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오간 문화부 공청회…무슨 일이

일반입력 :2011/11/30 18:52    수정: 2011/12/01 08:24

전하나 기자

“업계, 사용자와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아이템 거래 금지는 전근대적인 행정이다.(아이템 중개거래업체 직원)”

“게임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필요에 의해 어느 정도 아이템 구매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성인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행복 추구권에도 위반된다.(게임 이용자)”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주최한 공청회 현장에선 이 같은 불만섞인 의견이 연이어 쏟아졌다. 이날 공청회는 내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코자 마련됐다.

토론자로 나선 법조계, 학계, 산업계 대표 패널들은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게임 아이템현금거래 금지, 아케이드게임 점수보관·교환 금지 등 업계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였다.

해당 내용은 앞으로 전체이용가·12세 이용가·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물에 대해선 청소년은 물론 이를 즐기는 성인 이용자들도 게임머니 또는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재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현금거래가 사행화 문제 뿐 아니라 게임 과몰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청소년 보호 취지를 담은 개정안에 담게 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아이템베이, IMI를 비롯한 중개거래업체들은 게임과몰입의 원인을 아이템 거래로 보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오히려 입법 취지와 전혀 상관없는 성인 게임 이용자들의 자율적 거래와 게임 이용 권리를 침해하고 있단 지적이다.

실제로 아이템거래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온, 리니지 등을 포함한 15세 이용가 온라인게임은 성인 이용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2009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이전 아이템거래 이용자 통계에서도 성인비중이 99%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미 게임아이템과 게임머니가 실체적인 재산으로 인정되는 판례도 나와 있다. 지난해 초 대법원은 개인간의 게임아이템 거래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때문에 강제적인 아이템거래 차단은 아이템거래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과 이용패턴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토론자들도 어느 정도 의견을 함께 했다. 권헌영 광운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따라 게임을 서비스하고 자율적인 계약자유 원칙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데 그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규제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태순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는 “분명한 것은 아이템 현금거래 이용자 대다수가 선량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승재 사무관은 “이용자간 거래는 합법적으로 인정된다”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나 되레 뭇매를 맞기도 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일부러 공청회를 찾았다는 한 게임 이용자는 “암시장을 이용하라는거냐”면서 “그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되면 문화부가 책임지는 거냐”고 비꼬았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이 자리를 회피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다 안다”고 빈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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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시간이 계속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로 흐르자 권헌영 교수는 “윽박지르거나 말초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는 “문화부가 지금 전달된 의견을 통해 게임법에 대한 문제점,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시행령이 나올 때까지 계속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청회장에선 ‘성인인권 침해하는 게임법. 공산국이 따로 없습니다’ ‘게임거래 사이트 없어지면 불법직거래자 날뛸 텐데 그 책임은 문화부가 집니까’ ‘문화부 다시 한번 범죄의 소굴로 게이머를 몰아넣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온 시위자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