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트너에서 발표한 2012년도 IT 트렌드의 마지막 부분에 흥미로운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바로 패브릭(Fabric)이다. 필자 역시 패브릭에 대해 작년 말,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개발 중이던 새 버전의 관리 기술제품을 통해 접하게 됐다. 그때는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더 정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패브릭이란 단어를 사전적 의미에서 살펴보면 ‘(건물의) 기본 구조 혹은 뼈대’라고 한 포탈의 영어 사전에 정의돼있다. 패브릭이란 단어 앞에 항상 붙어 있는 IT 기술이 있는데, 바로 ‘클라우드’이다. 왜 클라우드와 패브릭이란 단어가 같이 붙어 다닐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패브릭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날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우리가 어떠한 인프라를 구축할 때 꼭 필요한 구성 요소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먼저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의 하드웨어가 떠오를 것이고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관리 프레임워크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떠오를 것이다.
■클라우드는 '서비스, 패브릭은 '인프라스트럭쳐'
만약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웹을 통해 진행한다면 몇 대의 서버, 얼마의 용량을 가진 스토리지, L7 스위치, 윈도 서버, 자바와 같은 형태의 스택이 꾸며져야 한다. 웹을 통해 진행하는 캠페인 형태의 서비스, 그리고 이를 위해 구성된 인프라스트럭쳐가 있다. 여기서 서비스는 클라우드라는 단어로, 인프라스트럭쳐는 패브릭이란 단어로 연결해보자. 그렇게 하면 이해가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
클라우드는 비즈니스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IT 기술이다. 사용량에 기반하여 비용을 지불하기에, 비즈니스 조직에도 비용 절도 덤으로 주어진다. IT 관점에서만 살펴보면, 빠르게 응대하기 위해서는 IT 조직 내에서도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고, 이러한 협업이 적절한 방법론을 통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위에서 언급한 웹 캠페인을 제공하려면 어떤 업무가 필요할까? 네트워크와 관련된 설정, 스토리지에 대한 배정, 운영 체제 설정, 응용 프로그램 구성 등 스택 별로 제각각 다른 방법론이 필요할 것이고, 이러한 다양성은 빠르고 유연한 대처에 장애물로 다가올 수 있다. 좀더 구체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론이란 의미를 살펴보면, 사용해야 할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관리 포인트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는 업무상의 부담과 처리 정체라는 이면으로 이어진다.
■아키텍쳐 보다는 작은 의미
패브릭이란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이제 이런 이야기가 IT에서 회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우리가 웹 캠페인을 진행할 것인데, 패브릭의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 패브릭이란 단어는 데이터센터, 달리 말해, 우리의 인프라 리소스가 환경에 따라 빠르게 동적으로 구성, 혹은 재배치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의 ‘묶음’을 의미한다.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단순히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프라를 구성하는 필수 구성 요소 – 업데이트 서버, 신규 서버를 자동화로 설치하여 구성하기 위한 PXE 서버,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 등 – 를 모두 포함한다.)
어찌 보면, 아키텍쳐라는 의미의 단어보다 조금은 작은 의미를 가진다고 해석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아키텍쳐는 인프라적인 요소와 더불어, 전체적인 응용 프로그램 모두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패브릭적 구성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벤더마다 기술적인 스펙이 제각각이고 이를 어떻게 연동하느냐라는 질문이다. 이 역시 시장의 흐름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클라우드 기술과 함께 시장은 상호 운용성에 대해서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네트워크 장비의 현재 상태 확인 및 구성을 용이하게 해주는 SNMP(Simple Network Management Protocol)라는 기술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또 이를 통해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에서 전체 네트워크를 하나의 뷰에서 관리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에 비해 연동성이 높지 않았던 스토리지 업계도 SNIA(Storage Network Industry Association) 주도하에 SMI-S(Storage Management Initiative Specification)이 진행 중이고, 다수의 스토리지 벤더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SMI-S 기술은 여러 벤더의 스토리지 위에 하나의 관리 레이어를 만들어줘, SMI-S 인터페이스에 명령을 내리면 스토리지내 LUN(Logical Unit Number) 생성 및 배정, 스토리지 디스크 그룹 설정 등을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스토리지를 관리해야 할 소프트웨어는 이제 SMI-S와 같은 형태의 많은 벤더가 참여한 스펙을 지원하면, 개별 벤더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운영 체제간 상호 운용성, 그리고 응용 프로그램 레벨의 여러 연결 고리 등을 제공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분야는 두말할 나위 없다.
자, 이제 이렇게 열려있는 여러 인프라 구성 요소를 한 그림에서만 바라보면 모든 것이 OK이다. 이 개념이 바로 패브릭인 것이다. 클라우드 시스템, 아니 인프라적인 관점에서 필요 시 전체적인 정보와 세부적인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고, 더불어 설정까지 할 수 있다면 IT 엔지니어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관리 화면을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HW·SW 구분 않고 서비스 인프라 제공 위해 구성된 스택
패브릭 관점에 대한 접근 시, IT 엔지니어가 다르게 봐야 할 하나의 시각이 있다. 바로 서비스에 대한 시각이다. IT 엔지니어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다소 하드웨어에 집중된 단어에 국한돼 있었다. 몇 대의 서버, 얼마 용량의 스토리지, 네트워크는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 등 이렇게 만들어진 인프라가 첫 번째 구축 단계였다. 이 인프라 기반에서 2차적으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정하여 서비스로 꾸며냈었다.
패브릭 관점에서는 이를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구분이 아닌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구성된 스택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재미있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하드웨어 벤더가 소프트웨어 벤더를 이끌어 가는 형태의 모습이 많았다. 일전에 한 하드웨어 벤더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이에 해당되는데, 소프트웨어, 특히 관리 소프트웨어 벤더의 기술 제공 형태에 따라 이를 하드웨어가 수렴하는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관리 소프트웨어가 큰 관점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안고 가는 방향을 취하고, 이 기반이 어떤 표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하드웨어는 시장의 트렌드, 작게는 고객의 요구 사항에 따라 해당 표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벤더는 소프트웨어 벤더에게 자사가 지향하고 있는 표준 스펙을 탑재하길 원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소프트웨어 벤더가 이를 거절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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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 패브릭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 IT 엔지니어가 편하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향, 그리고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심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기 분리돼 동작하던 구성 요소들을 하나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기에, 일전에 각 기술간의 궁합을 고민하던 모습, 그리고 이러한 요소간 연동이 잘 되지 않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재선정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체적인 조화를 꾀하고 있는 패브릭의 방향성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IT 기술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 및 벤더에 특화된 지식을 습득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 어떤 것을 인프라에 배치하던, 기존의 지식을 기반으로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기민성과 효율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보다 나은 방향의 가치에 투자할 시간을 허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패브릭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