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이면, 개인적으로 몸담고 있는 조직에 들어온 지 만 5년이 지나간다. 10여년의 IT 엔지니어의 삶과 생각을 바탕으로 IT 엔지니어가 대한민국에서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기술과 함께 누리는데 이바지 해야겠다라는 초심의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오늘도 부단히 고민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
창의성, IT 강국, 개발자, 스티브 잡스 이야기 등 다양한 IT에 대한 여러 업계의 생각 및 걱정이 최근 미디어에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IT 산업 형태나 처우로는 대한민국 IT가 크게 성장할 수 없다며, 정부까지 나서고 있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이제야 조금씩 나온다. 다만 개인적인 시각에서 안타까운 것은 개발자 이야기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IT 엔지니어에 대한 생각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고 미약하나마 이 점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 개발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에 나아가려면, 어떤 형태이든 IT 엔지니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마치 마지막 숨을 불어넣어 생활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형태이다. 이렇게 동력이 제공된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하면 트러블슈팅을, 더 나은 성능이 필요하다면 성능 튜닝을 하는 것도 우리 IT 엔지니어의 몫이고 역할이다.
■ IT엔지니어의 가치, 제대로 인식해야…
많은 조직 내 구성원은 IT 엔지니어가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 인프라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업무를 볼 수 있는 혜택을 얻고 있고, 이들이 묵묵히 가치를 더해놓은 인프라를 통해 또 다른 기술의 가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로봇을 설계하고 만들었다면 이 로봇을 동작시키고, 잘 쓸 수 있도록 계속 돌보고, 주기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이 바로 IT 엔지니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 IT 엔지니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너무나 당연시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이 어렵거나 경기가 나빠졌을 경우, 가장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있는 이들이라고 무심결에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 주저앉는다.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소속된 조직의 인프라에 있는 주요 서버, 예를 들어 그룹웨어나 메일 서버를 단 몇 분만 꺼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된다. 이들에게 이러한 인프라는 당연히 제공되어야 한다고만 느껴질 뿐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지는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
IT 엔지니어가 생산성을 위해 인증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비용에 대한 타박과 함께, 그 돈이면 눈에 보이는 큰 무언가를 사겠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에는 지식 산업 모습에 너무 굴뚝 산업의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암울함도 느껴진다. 조직이 커져갈수록, 인프라가 늘어갈수록, 직원들의 생산성은 작은 IT 가치에서 차이가 나고, 이런 차이가 모여 큰 결과로 이어진다. 역시나 이러한 IT 가치를 만드는 것도 IT 엔지니어가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IT엔지니어의 의견 귀담아 들어야…
얼마 전 업무상 미팅으로 싱가포르에서 온 외국 분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 이 분에게 미팅 중 이야기했던 사항 중에 2가지 정도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고, 적어도 필자가 속한 조직의 방향을 통해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요새 고민 중 일부이다. 바로 첫째가 IT 인프라에 대한 방향 설정 및 피드백을 엔지니어 레벨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고, 둘째는 예상대로 처우에 대한 부분이다.
호주의 경우에는 IT 엔지니어가 세미나 참여나 기술 교육 후 여러 방향을 조직에 제시할 경우, 이에 대한 기술 반영이 가능함은 물론 이러한 가치를 존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현재의 최신 기술을 잘 아는 엔지니어나 개발자 레벨보다는 윗선에서 기술이 결정되고, 이 기술을 단순히 구현하고 유지 보수하는 경우에만 엔지니어들의 의견 개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윗선보다 현재 현업을 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기술에 대한 보다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결정한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불 보듯 뻔하며, 이들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참가할 때 얼마나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IT 엔지니어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 투자도 필요하다. 이를 개인의 몫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보다 나은 기술을 잘 알기 위해 기회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 기술 가치 확인, 기술을 향한 갈망을 해결하고자 세미나 참여 혹은 교육의 기회를 요청했을 경우, 이를 투자라 생각하지 않고 개인에 대한 개발로만 생각하는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그들이 더 나은 기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면, 모든 혜택은 조직 내 인프라의 가치 향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는 무형이지만 조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및 기민성 향상으로 조직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며칠짜리 교육 참가는 커녕, 하루 아니 반나절 세미나에 참석하겠다고 보고하면 눈치를 주는 곳도 많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100~200여명의 규모를 가진 조직이 1명의 IT 엔지니어만을 배치한 경우도 많다. 이 사람이 없을 때, 발생하는 여러 이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장 눈에 보이게 수익을 끌어주는 영업 부서가 일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형태로 대처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처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 및 미디어에서 IT 강국이란 주장에 걸맞지 않다고 다뤘기 때문에 크게 언급하지 않겠다. 물론 IT를 중시하는 수장을 가진 조직은 이 논쟁에서도 역시나 제외다.
■ IT엔지니어는 공기 같은 존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 막바지에,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이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준 2가지 교훈은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길들여진 것에 대한 무서움이었다. 조직의 구성원은 아직 IT 엔지니어에 대해서 이런 감정을 아직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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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만명의 IT 엔지니어가 대한민국의 인프라를 묵묵히 이끌고 있다. 이들의 묵묵한 기술적 노력 및 가치 부여가 없다면 당장 여러 분야에서 빨간 불이 켜질 것이다.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산장애 뉴스를 듣거나 이에 대한 여파를 몸소 느꼈을 경우, 이러한 이슈를 몇 날 밤을 새면서 해결하는 슈퍼맨도 바로 IT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장애에 대한 원인만을 손가락질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분들이 우리에게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고 느껴왔던 분야를 묵묵히 받혀줬다는 것에 고마움도 표시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든 조직엔 IT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IT 엔지니어가 있다. 잘 모르겠다면 한번 찾아보자. 그리고 그들의 등을 두드리며 수고한다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자. 이들이 힘을 낸다면 이는 고스란히 IT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 IT 엔지니어 없는 IT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느끼기에, 나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IT 엔지니어를 열렬히 응원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