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넘어 스마트 시대로 넘어서는 요즘, 사무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시대에는 간단한 결재는 물론 각종 공문서 조차 종이가 아닌 전자 시스템으로 주고받고 있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무 환경에서 종이를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종이는 기록물로써 여전히 강력한 매체다. 화재나 침수만 조심하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수백년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시각에서 아날로그 매체인 종이는 다른 디지털 매체에 비해 편리한 점도 적잖다. 간단하게 주고받을 수 있고 별도의 도구가 없어도 간단하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종이도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로지 복사나 출력 이외에 아무런 기능이 없을 것 같은 순백의 A4 용지 조차도 용도나 쓰임새에 따라 세분화된 제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황이다.
한국제지가 최근 출시한 A4 용지 ‘밀크(Miilk)’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밀크’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갈수록 개인화된 디지털 장치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과연 종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결론이다. 과연 기존 일반 A4 용지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종이도 리뷰가 되나요?
지금까지 스마트폰, 태블릿은 물론 노트북, 프린터 심지어 로봇청소기 리뷰를 진행한 적은 있어도 정작 A4 용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사례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언뜻 생각할 때 종이가 무슨 사양이나 소비자들에게 짚어줄만한 특징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이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예상 밖으로 다양했다. 실제로 종이를 자주 사용하는 전문직 및 사무직 종사자들은 종이의 품질을 상당히 깐깐히 따진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종이의 품질은 크게 평량, 두께, 평활도, 빳빳한 정도(Stiffness), 백색도, 명도, 불투명도로 나뉜다.
우선 평량은 1제곱미터 당 무게를 의미한다.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안되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게에 최대한 맞출수록 좋다.
무게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두께다. 마찬가지로 너무 얇으면 종이가 쉽게 구겨지고 뒷면이 비친다. 반면 너무 두꺼우면 수십장을 겹쳐놓았을 때 결과물이 지나치게 두꺼워질 뿐 아니라 프린터나 복사기에도 부담이 된다.
평활도는 표면의 매끄러운 정도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유리판과 고무로 된 누름판 사이에 종이를 끼우고 10ml의 공기가 유리면과 종이면 사이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초로 측정한다. 종이가 매끄러울수록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종이다.
빳빳한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종이를 낱장으로 들고 흔들어보면 된다. 종이가 적당히 빳빳하고 힘이 있어야 인쇄나 출력시 종이 걸림을 방지하고 구김이 적다.
마지막으로 백색도와 명도, 불투명도는 종이의 색상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는 백색도와 명도가 높을수록 깨끗해 보이지만 이는 용도에 따라 다르다. 아울러 불투명도는 적어도 앞면에 인쇄된 내용이 뒷면에 비치지 않을 정도는 돼야 품질이 높은 용지로 볼 수 있다.
■용도에 맞는 세분화된 상품 전략 '눈길'
한국제지 ‘밀크’는 일반 복사용지 ‘밀크’를 비롯해 사진 출력용 ‘밀크 포토’, 프리젠테이션 전용 ‘밀크 PT’로 나뉜다. 여기에 미색용지인 ‘밀크 스카이’, ‘밀크 베이지’를 포함해 총 5종으로 세분화돼 출시했다. 우유도 저지방우유, 초코우유, 딸기우유가 있듯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루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밀크 포토’는 사진 현상용이라기 보다는 전문직 사이에서 사진을 예비로 출력해야 할 때 알맞은 제품이다. 일반 포토용지에 비해 크게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광택을 지니고 있다. 또한 모든 밀크 용지 중에서 가장 두껍다. 사진을 부담없이 자주 출력해야 하는 전문가는 물론,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문서를 자주 출력하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밀크 PT’는 프리젠테이션 전용 용지다. 프리젠테이션 상황에서 종이의 고급스러운 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으로 도표나 큰 글씨가 들어가 있는 프리젠테이션 문서 출력시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색 용지인 ‘밀크 베이지’와 ‘밀크 스카이’는 문서 내용에 따라 사용이 분류된다. 우선 ‘밀크 베이지’는 눈에 피로를 주지않는 편안한 색상으로 전문용어와 글이 많이 들어간 학술용으로, ‘밀크 스카이’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하늘색으로 학원이나 공부방에서 학습용으로 알맞다.
이들 미색용지는 낱장으로 보면 언뜻 색상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러나 일반 흰색 용지와 같이 놓고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제지 ‘밀크’는 용지를 포장한 박스 조차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하얀색 박스에 하늘색으로 밀크 로고가 각인돼 사무실 환경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튼튼하고 깔끔하게 포장을 뜯을 수 있어 종이를 다 쓴 후에도 여러 잡동사니를 담아둘 수 있는 수납 용도로 재활용 할 수 있게 했다.
한국제지는 '밀크' 론칭 후 주요 소비자층 공략을 위해 페이스북(facebook.com/miilk.paper)을 운영하는 등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이의 주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감성 마케팅을 통해 마치 우유와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종이,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앞서 열거한 기준들은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측정장치가 없다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쓰기 편리하고 결과물을 깨끗하게 출력하고 보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일반 저가 용지와 밀크 PT를 50장을 각각 복사했을 때 나타난 종이 휨 정도다. 대량의 열이 발생하는 복사기 내부의 롤러에 종이가 통과하면서 뒤틀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좋은 종이일수록 이러한 뒤틀림 현상이 덜하다.
밀크는 확실히 일반 저가 용지에 비해 휨이 덜했다. 종이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서 확인한 뒤틀림 현상도 눈에 띄게 줄었다.
두 번째는 종이의 촉감이다. 밀크는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유와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내세운 제품이다. 가령 결제 서류나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상대방이 받아들었을 때 보다 깨끗하고 좋은 촉감의 종이는 첫 인상을 좋게 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손등에 대본 ‘밀크’의 촉감은 전반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편이었다. 특히 약간 도톰하게 느껴지는 두께와 적당하게 빳빳한 느낌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촉감을 글로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치 일본 음식 만화에서 맛을 표현하는 것 만큼이나 모호하지만, 대조군을 두고 여러명에게 물어본 결과 공통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균일도다. 이는 강한 형광등 빛에 종이를 댔을 때 보이는 구름 현상이 얼마나 균일한가를 보는 것이다. 밀크는 이러한 구름 현상이 전반적으로 매우 균일하게 반복적으로 보이는 반면, 저가 용지는 10장중 절반 이상이 불규칙한 모양을 보였다.
여러 밀크 제품군 중 가장 주목할만한 제품은 ‘밀크 포토’다.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등장 인물이 여러 사진과 스크랩된 제품을 벽면에 빼곡이 부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그 종이가 모두 포토 전용용지라면 종이값만 해도 적지 않게 들 것이다. 이를 만약 ‘밀크포토’로 출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밀크포토’는 일반 복사용지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싸지만 포토 전용 용지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최신 HP 기업용 레이저 컬러 프린터에 제트 500 시리즈를 통해 밀크 포토의 사진을 출력해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일반 용지에 비해 색번짐 현상이 훨씬 덜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광택 효과로 전용 포토용지 못지 않은 색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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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밀한 부분에서 계단 현상이나 하늘이나 물과 같은 표현에서 균일하게 묘사되는 부분은 일반 용지와 비교해 육안으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이는 최근 레이저 프린터 자체가 일반 용지에 맞춰 출력 품질을 극대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문, 출판 등 전반적인 종이 수요는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장치의 급속한 보급 여파가 크다. 그러나 A4 크기의 사무 용지는 꾸준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1과 0으로 구분되고 있어도 수천년을 이어온 종이라는 미디어의 힘은 앞으로도 수백년은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