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망신…첨단 테러범에 요원 수십명 잡혀

일반입력 :2011/11/23 10:23    수정: 2011/11/23 11:06

김태정 기자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수십명이 최근 몇 달 간 첩보활동 중 헤즈볼라를 비롯한 중동 테러집단에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CIA 요원들은 접선장소와 암호를 바꾸지 않는 등 어설펐지만 헤즈볼라는 이들의 휴대폰 데이터까지 추적하는 ‘첨단’ 기술을 보였다.

21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최근 CIA 첩보망을 추적해 정보원 10여명을 잡았고 미 당국도 이를 인정했다. 앞서 5월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해 일한 정보원 20여명이 적발됐었다. 헤즈볼라는 휴대폰 데이터 이동을 추적하는 첨단 기술로 몇 달간 CIA 요원들을 찾았고, 첩보망 접근에 이어 체포까지 성공했다. 미 국무부가 “세계 테러조직 중 최고 하이테크형”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그들이 이란서 수억달러를 지원받아 만든 첨단 추적 시스템을 현장에 투입한 것.

체포된 CIA 요원들은 처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스파이를 적발하면 대부분 바로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CIA 관리는 “체포된 그들이 이중스파이가 아니었다면 살아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용서가 없는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를 이끄는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6월 TV에 출연해 “헤즈볼라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던 CIA 스파이 두 명 이상을 적발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CIA 요원들의 어설픈 행동도 미 당국을 더욱 당혹하게 만들었다. 정보원과 접선할 때 ‘피자’라는 암호를 쓰고 접선장소를 ‘피자헛’으로 불렀는데 몇 달간 이를 바꾸지 않았다. 헤즈볼라 추적망에 이 암호가 걸려든 사실도 몰랐다.

이란에서는 CIA 요원들이 보안이 취약한 인터넷 홈페이지로 정보를 교환하다가 이란 당국에 덜미가 잡히는 등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관련기사

미 정부 관계자는 “CIA가 최근 대 테러 ‘작전’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첩보’ 훈련이 부족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란 감시망은 구멍이 뚫렸다. 현지인이 대부분인 정보원들은 이미 붙잡혀 조직을 재정비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헤즈볼라는 역으로 중동지역 미 대사관에 스파이를 잠입시켜 정보를 빼내려 하는 대담함까지 드러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