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위대 등장, '핵티비즘'의 시대

일반입력 :2011/11/21 15:46

김희연 기자

인터넷 해킹을 정치 및 사회적 투쟁수단으로 이용하는 ‘핵티비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이미 지난 1998년에 국내서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사회 공론장이 사이버 세상으로 옮겨오면서였다. 그리고 지금의 핵티비스트들은 고전적 수법 대신 주요 기관·인터넷 사이트에 동시다발적인 해킹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동안 잠잠하던 핵티비즘 운동이 최근 유명 해커 그룹인 어나니머스의 등장으로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위기와 더불어 아랍국가의 민주화운동까지 이들의 활동에 불씨를 붙였다.

국내에서의 핵티비즘 활동은 어떨까.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05년 당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야스쿠니 신사 웹사이트를 무차별 공격한 바 있다. 2008년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와 더불어 시위의 한 형태로 핵티비스트들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다운시켰다. 일반적인 시위의 한 형태로 핵티비즘 운동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해커(Hacker)+행동주의(Activism)=핵티비즘(Hacktivism)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새로 생겨난 정치적·사회적 행동주의가 ‘핵티비즘’이다. 기존의 정치·사회 운동가들도 이제는 인터넷 공간으로 활동을 넓힌 것이다.

기존에 해커들이 단순하게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해 해킹실력을 과시하던 것과는 달리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이 핵티비즘의 특징이다. 웹 사이트를 침범해 해당 사이트에 자신들의 정치 구호를 내걸거나 해당 컴퓨터 서버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핵티비즘은 ▲항상 정치적 동기 포함한다는 것 ▲정부정책의 급속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것 ▲심각하지 않은 탈법을 지향한다는 것 ▲비폭력주의로 제 3자를 위협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핵티비즘의 유형도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정치적 크래킹이다. 단순히 사이트를 손상시키거나 주소 수정해 접속자들의 혼란을 주는 방법은 물론 서비스거부(Dos)공격, 정보 탈취 등의 광범위한 기법을 활용한다.

행위적 핵티비즘 형태는 세계화나 인권과 같은 오프라인 이슈에 초점을 둔다. 이 때문에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대한 판단 자체가 모호하다. 가상의 농성이나 사이트 패러디 등의 활동을 통해 항쟁한다.

아울러 정치적 코딩의 형태는 정책을 기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SW) 상품 자체를 해커들이 개발해 활동한다. 개발된 SW는 자유롭게 공유나 수정이 가능해 다른 코더들에 의해 기능이나 활용도가 향상되기도 한다.

■핵티비즘, 왜 공포인가?

핵티비즘은 기존 시위와 달리 IT환경을 기반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인터넷 시대인 요즘 더욱 파급력이 크다. 디지털 기술의 현실세계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물론 서비스화 되고 있는 IT와 기술발전으로 인한 상호연결성의 폭발적인 증가도 한 몫했다.

이 때문에 핵티비즘의 성행에 대해 보안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어나니머스 등의 핵티비스트 활동에 대해 한 보안전문가는 “사이버 공간의 자유와 권익 보호 등의 명분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변질된 단체가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익을 위한 범죄행위나 테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를 늘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핵티비즘 집단사이에서도 의견차이가 발생해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부 세력들의 의견으로 인해 이달 초 페이스북이 해킹 위협에 시달린 바 있다. 그 동안 많은 핵티비즘 활동을 성공해왔던 어나니머스의 공식발표로 인해 해킹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컸다. 수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해킹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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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나니머스 측이 해킹에 대해 공식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어나니머스 측은 핵티비스트들의 소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공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단지 일부의 의견이었고 동참하지 않을 뜻을 전했다고 못박았다.

이번 사건으로 핵티비즘 활동에 가장 열심히였던 어나니머스 조차도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으로 행해지는 공격의 경우는 아무도 확인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더욱 큰 혼란과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나니머스는 멕시코 마약조직인 세타스(Zetas)가 자신의 동료를 납치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활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익명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