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승세로 반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가 됐건 5%가 됐건 서두르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됐던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을 겁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인터넷은 야후로 통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처음 할 때 시작하는 것이 야후였으며 검색을 하려면 야후에 들어가야 했다. 화려한 시절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다음, 네이버에 차례로 밀린 야후는 절치부심했지만 떨어지는 점유율을 막지는 못했다. 더 이상 국내 포털의 점유율을 얘기할 때 야후는 언급되지 않는다. 지금은 30~40대가 된 충성고객을 제외하면 야후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10~20대 인터넷 이용자도 다수다.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부터는 든든한 수익원이었던 오버추어 검색광고 사업도 다소 불안해졌다. NHN비즈니스플랫폼(NBP)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온라인 광고시장 1위 자리를 또다시 네이버에 내줬다.
이경한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새로 야후코리아와 오버추어코리아의 키를 잡았다.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이 따가울 만큼 쏟아질 만도 하다. 직접 야후코리아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기자 역시 침체기에 빠진 지금의 야후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궁금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파도 넘는다
“비즈니스에 쉬울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도 마찬가지죠. 어느 그룹에서 항상 위기라고 하듯 말입니다(웃음)”
그는 굳이 주위의 우려를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야후의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야후에 근무하면서 내부 사정을 알았고, 그 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야후를 보았다.
그런 그가 택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말 그대로 뉴스, 키즈, 엔터테인먼트 등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버리겠다는 생각이다. 취임 후 지난 두 달 동안은 턴어라운드를 위한 전략 수립과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말 그대로 ‘올인’했다.
“그동안 야후는 ‘남들 하는 것 다 하자’가 목표였어요. 회사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다음이 하는 것은 다 해야 된다는 마인드가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로 많은 서비스를 하려니 정작 집중해야 될 부분에 못한 것이 많았죠.”
때문에 과감하게 전략을 바꿨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급급했다면, 이제는 뉴스플랫폼, 엔터테인먼트, 키즈 콘텐츠 등 야후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만큼은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한국만의 서비스로 넷心 공략
자신감의 원천은 자원이다. 야후가 글로벌 회사이다 보니 미국 본사나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가진 자산과 리소스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야후 셀렙, 여성들을 위한 야후 스타일도 오픈했다.
“야후 뉴스나 야후꾸러기, 금융 같은 분야는 지금도 상당히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셀렙, 스타일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역량을 집중하는 거죠. 야후는 아무래도 글로벌 뉴스에 강점이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내년 1월에는 야후 뉴스를 글로벌 뉴스플랫폼으로 개편한다. 지금까지 각각의 나라에서 개발한 플랫폼에서 뉴스를 공급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해외 뉴스나 동영상 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기존 야후 모바일웹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 인포허브라는 플랫폼도 내놓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이용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기획도 계속하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하고 발전된 시장에서 이용자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이냐는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글로벌 서비스만으로는 까다로운 국내 이용자 입맛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며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야후코리아가 세운 또 하나의 전략은 파트너십이다. 야후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그 분야 최고의 파트너와 손을 잡는다는 목표다. 이미 자동차는 보배드림, 증권 분야는 팍스넷, 쇼핑은 11번가와 손을 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에서는 페이스북과 손잡고 소셜크롬을 내놓은 것이 눈에 띈다.
“야후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관련 업계별로 잘하는 곳과 손을 잡고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하는 형태로 갈 겁니다. 강한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서비스 강화에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도 이 대표가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는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소그룹별로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함께 웃고 함께 비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조용한 사무실이 아닌 가장 직원들이 많은 층에 사장실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 팽배한 패배감이다. 아무래도 야후의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직원들 사이의 사기가 다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가 적극적으로 연말파티 등 다양한 직원 대상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은 작은 승리부터 모아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직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승부근성을 가지게 되도록 말이죠. 야후코리아도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이 4강에 올랐듯 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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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년에 야후코리아를 업턴(up-turn) 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금까지의 하락세나 정체를 떨치고 이용자 숫자든 트래픽이든, 비즈니스 성과가 됐든 모든 것을 상승세로 반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구체적으로 수치적인 목표나 순위적인 목표를 내놓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년 이후 야후코리아가 상승세를 타게 되면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가능해지겠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