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 예산을 삭감을 추진하기로 해 ‘표적 삭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안업계가 들끓고 있다. 타깃은 안랩이지만 불똥이 튄 것은 ‘소프트웨어(SW)산업 전체라고 봐야 할 정도’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지난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식경제부가 지원하기로 한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있는 SW육성을 위해 추진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그러나 곧장 특정기업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재논의 하기로 했다.
안랩은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사업’에 제이모바일, 가림정보기술 등 중소기업 및 한국인터넷진흥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함께 3년간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 지경위의 논란으로 3년째 사업을 진행해 오던 관련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안랩의 기술력 부족과 연도별 예산 집행률 저조를 이유로 들며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예산 삭감? 안랩도 ‘당혹’
갑작스런 예산 삭감 주장에 안랩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이 안랩의 기술력을 문제 삼아 예산 삭감을 주장한 것은, 국내 대표 보안 기업이자 SW기업으로 인정 받고 있는 안랩의 자존심과 신뢰도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안랩 입장에서는 예산 삭감 논란이 정치적인 개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부터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시장에 대해 공방을 벌여왔던 강 의원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안랩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국내 SW업체들이 제대로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의미가 깊은 사업이다”면서 “특히 모바일 악성코드 방어 솔루션은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있어 정부가 힘을 싣어 준다면 승산이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판도에 의해 SW산업의 미래를 어둡게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프로젝트에는 안랩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도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를 비롯한 중소규모의 기업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어 이는 ‘중소기업 죽이기’와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안업계 한 목소리로 “말도 안돼”
보안업계 또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년 간 지원을 약속한 사업을 중대한 결격사유도 없이 예산지원 중단 논의를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처음부터 정부가 SW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일과 다름없다”면서 “중소규모 기업들이 대다수인 SW산업군에서 정부의 지원없이 현 상황에서 해외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재논의를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력을 문제 삼는 것도 결국은 국내SW의 경쟁력의 한계를 정부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국내 SW업체의 한 대표는 “SW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투자가 필요한 산업군이기 때문에 좋은 정책을 수립하는 것 만큼이나 일관성있는 추진력이 필요한데 실제 정부가 이를 결의할 경우 SW산업은 또 한 번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랩의 기술력 부재에 대한 부분에도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모바일 악성코드 방어 솔루션 개발인데 악성코드 부문에서는 안랩의 기술력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백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안랩의 악성코드와 관련 기술은 경쟁업체지만 인정한다”면서 “해외에서도 국내 백신업체의 수준이 전체 상위권 수준은 아니더라도 크게 뒤처지는 기술력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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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국내 보안업체들이 해외에서 선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 특화된 환경에 맞춰 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해외 SW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내만이 아닌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예산 삭감을 주장한 강 의원은 안랩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아울러 국회 지경위는 9일 오후 2시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재논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