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안업계, 왜 안철수만 바라볼까?

기자수첩입력 :2011/07/12 10:33    수정: 2011/07/12 16:08

김희연 기자

보안업계를 취재하면서 의아했던 점이 한 가지 있다.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1등이 되겠다는 말대신 안철수연구소의 역할론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성장을 꿈꾸기 보다는 안연구소가 맏형 격으로 이끌어 주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농담삼아 안연구소를 '보안업계의 삼성'이라 일컫는다. 안연구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선두업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100%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안연구소는 훨씬 쉽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기자가 대기업의 보안관제 시장 진출과 관련해 취재를 하던 중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중소 보안업체들이 (대기업 진출에 대한 우려를) 100번 말하는 것 보다 안연구소가 1번 말하는 것이 더 파급력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는 창립자인 안철수 박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본다. 일부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 영향력을 빌려서라도 보안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보안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김홍선 안연구소 대표와 대화를 하던 중 안연구소를 향한 기대가 부담스러운 적이 없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당연히 부담스럽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내 보안업계를 대표하는 안연구소다. 이 때문에 보안업계가 질타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매를 맞아야 했다. 물론 업계를 대표하며 온갖 칭찬을 받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보안사고로 인해 부각된 보안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보안업계는 더 이상 안연구소의 등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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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연구소의 명성을 뒤흔들 경쟁자와 도전자가 필요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IT가 국가 경쟁력의 주요 척도로 인정 받고 있는 시대다.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구현하는 것도 국가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안업계는 달라져야 한다. 치열한 경쟁과 조화로운 협력이야 말로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