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에 캐디가?…기자가 체험해 보니

일반입력 :2011/11/07 10:00    수정: 2011/11/07 11:36

지난 몇 년간 스크린골프장들은 시내 곳곳을 점령하면서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어 오고 있다. 특히 업계 대표 주자인 골프존은 전국 4천500개 매장을 확보하면서 상장을 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크린 골프의 최대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센서의 동기화로 실제 필드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골프존은 아이온, 아키에이지등 대형게임에서 채택한 크라이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명 게임 업체 개발자들이 골프존으로 대거 이동할 정도로 스크린 골프는 이미 게임 기술력이 접목되어 있다.

여기에 국내 게임업체가 스크린 골프에 출사표를 던져 업계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신은 골프왕이라는 온라인 골프게임으로 유명세를 탔던 엔플루토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으로 스크린 골프 소프트웨어 티업을 개발했다.

엔플루토의 티업은 기존 골프존의 소프트웨어와 비교할 때 더 재미있는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2위 업체인 골프나인틴과 제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티업으로 모두 교체한 것이다.

골프존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던 것은 사실적인 그래픽과 공을 쳐 냈을 때 화면의 동기화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하드웨어 센서 기술력은 거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스크린 골프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센서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은 그동안 골프존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티업은 중소업체들이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에 착안해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티업의 장점은 이미 운영 중인 골프존 매장과 골프나인틴 매장에 바로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업측의 설명에 따르면 내기 기능, 온라인 대전기능, 캐디기능이 기존 스크린 골프보다 강화되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그래픽 또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티업 측의 설명이 맞는지 분당 서현역에 있는 한 스크린 골프 매장을 찾아 본지 기자가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사실적인 그래픽-이질감 없는 기능 키 배열

분당 서현역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장을 동료와 찾은 것은 지난 1일 오후 2시경. 사업부 총괄팀장이 설명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기존 골프존과의 비교 테스트를 이유로 9홀을 플레이한 후 설명을 듣기로 했다.

우선 로그인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티업에 동시 다발적으로 로그인이 가능했다. 티업에 가입을 한 회원이라면 해당 앱을 내려 받아서 스크린에 비치는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로그인 할 수 있다. 기존 스크린 골프장처럼 카드나 아이디와 암호를 대고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없어 편했다.

로그인 후 나오는 인터페이스는 골프존과 비교해서 깔끔했다. 골프장을 선택 후 바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스크린에 펼쳐진 골프장 모습은 크라이엔진을 사용한 것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였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된 티업의 자체 엔진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 특징이다.

목표겨냥, 클럽선택, 멀리건등의 키는 골프존과 그대로 사용했다. 목표겨냥은 키보드의 좌우 방향키로 설정할 수 있으며 클럽선택은 키보드 상하 화살표 키로 설정할 수 있었다. 멀리건등은 F12키를 사용해 기존 골프존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을 배려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머리 아픈 내기 계산 이제는 그만

스크린 골프장이나 실제 필드 내기 골프는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게는 100원에서 크게는 1천원 정도를 걸고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편리한 기능이 티업에는 존재한다. 타당 내기를 즐길 수가 있고 스킨스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게임 시작 전 내기의 규모를 정하고 금액을 입력하면 한 홀이 끝난 후 자동으로 정산해 준다. 또한 니어, 롱기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모든 홀에 적용하거나 지정한 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매홀 마다 정산을 하기 귀찮다면 마지막 9홀이나 18홀에 총합계를 볼 수 있다. 배판 기능도 적용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버디, 트리플, 1등 두 명 등을 적용해 실제와 같은 규칙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배판 이후 배배 판은 적용돼있지 않다.

지난 홀이 배판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이용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기억해 낼 일도 이제는 스크린 골프에서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호회 모임과 회사 회식은 이제 티업에서

“회식은 스크린 골프장에서”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되어 가면서 업체들이 내건 구호다. 실제로 동호회나 회사 회식을 스크린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4명 이상이 스크린 골프를 가게 되면 머리 아픈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필드에서 플레이하지만 방들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점수를 확인하거나 다른 방에 있는 동료가 어떻게 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일부 스크린 골프장들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방과 방 사이를 여닫게 할 수 있는 칸막이 형태로 구성해 놓은 곳도 있다. 하지만 이도 동호회 대회가 개최되면 총무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기록을 조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티업은 옆방에서 같은 필드를 선택한 다음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2명이 3개의 방을 잡고 동시에 플레이하게 되면 실시간으로 점수가 매겨지게 된다. 1번 방의 이용자들이 빠르게 끝냈다면 다른 방의 이용자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게 되는 관전상태가 가능하다.

명문 골프장을 저렴한 가격에

1위 업체인 골프존은 2개의 버전을 배포하고 있다. 그 중 크라이엔진을 적용한 골프존 리얼 버전은 명당 2천원을 더 내야 한다. 리얼은 사실적인 그래픽 때문에 젊은 이용자층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돈을 더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티업은 골프존 리얼과 같은 그래픽 수준에 990원의 과금을 하고 있다. 기존 가격의 절반 정도다. 스크린 골프장 소프트웨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과금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골프를 운영 중인 업주로서도 이용자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존 골프존에서 볼 수 없었던 비에이비스타(백암CC)등 명문 골프장이 설치되어 있어 색다른 필드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기너 기능의 부재, 숏 아이언의 거리감은 수정해야

골프존에서 존재하는 비기너 기능이 빠져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골프존은 비기너, 아마추어, 프로 등으로 난이도를 설정해 놨다. 비기너는 골프를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골프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거리와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모드다.

하지만 티업은 초보라는 모드가 있음에도 거리와 방향을 거의 바로잡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피칭웨지부터 샌드웨지까지의 숏 아이언들의 거리가 10-15미터 정도의 비거리가 짧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티업 측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조만간 수정 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크린 골프장에 캐디가?

티업이 골프존과 차별성을 두는 콘텐츠가 바로 캐디 시스템이다. 그린온이 되었을 경우 키보드의 F1키를 누르게 되면 여성 캐디가 나와서 홀컵까지의 경사각을 설정해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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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필드에서 캐디가 경사각을 봐주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캐디는 18홀 중 최대 6번을 사용할 수 있다. 캐디가 이미 경사각을 정확하게 봐줬기 때문에 남아 있는 거리 만큼 똑바로 퍼팅만 하면 쉽게 홀컵에 공을 넣을 수 있다. 배판에서 활용하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수정사항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티업은 기존 골프존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존 골프존 매장을 운영 중인 업주들은 티업을 설치함으로 인해 더 많은 회전율을 통해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