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e북 ‘격돌’...한국판 아마존 누구?

LG유플러스가 전자책(e북) 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통신3사가 전자책 시장에서 격돌하게 됐다. 앞서 e북 분야에 진출한 KT와 SK텔레콤과는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구도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인다.

LG유플러스는 26일 한글과컴퓨터와 e북 뷰어(Viewer)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전자책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LG CNS 등과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제공하는 e북 뷰어를 기반으로 DRM에 상관없이 온라인 서점의 e북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올 연말 출시 예정인 LTE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한컴과 함께 개발한 e북 전용 뷰어를 기본 제공하고 향후 이를 N스크린 형태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KT·SKT 이어 LGU+ 가세

KT는 지난해 4월 일찌감치 ‘쿡(QOOK)북카페’ 서비스를 론칭하고 전자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오픈형 플랫폼을 표방한 쿡북카페는 누구나 도서·만화·잡지 등 다양한 출판 콘텐츠를 PC는 물론, 전자책 단말기와 스마트폰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KT는 올해 초 쿡북카페를 ‘올레e북’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두산동아 등 국내 대형 교육출판업체들과 함께 교육용 교재를 멀티미디어가 결합한 형태의 앱북으로 만들어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T스토어’ 내에 e북 섹션을 오픈하고 전자책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보유 콘텐츠는 4만종으로 하루 다운로드 건수만 20만건에 달한다. 월간 매출도 초기 1천만원에서 6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기존 도서유통사인 교보문고를 시작으로 인터파크, 예스24, 북큐브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 최근에는 도서공급사 이외에도 출판사들로부터 직접적인 브랜드관 입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이처럼 통신사들은 저마다 전자책 사업 전략을 내놓고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각 통신사가 앱스토어를 구축해 애플리케이션과 우호적 개발자군 확보에 힘을 쏟던 것과 유사한 모양새다.

■통신3사, 비즈니스 모델 '제각각'

직접 콘텐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다. 수익배분 정책을 적용해 아마추어 작가들도 오픈마켓을 통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단순히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와 제휴만으로는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SK텔레콤도 향후 출판사와 작가로부터 직접적인 콘텐츠 소싱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선발주자들은 이미 기반을 갖추고 태블릿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단순 전자책 뷰어 플랫폼 형태를 제공하는 것과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온·오프라인 서점과 제휴를 맺고 자체 개발한 뷰어를 통해 각 사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유통 모델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수요를 스마트 단말기 구매 수요와 연결시킬 수 있다. 가입자를 기반으로 강력한 유통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유통 경쟁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나 SK텔레콤은 멜론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서점을 통하지 않고 출판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스토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고 출판사들도 통신사의 울타리 안에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를 하면서 경계를 하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초기 선점 경쟁 '치열'

이미 국내 전자책 시장에는 한바탕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같은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은 가장 먼저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고 독자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네이버 북스’를 통해 경쟁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리더스 허브’를 통해 e북 콘텐츠를 자체 육성하고 있다.

문화산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출판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 초기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전자책 시장이 어둡지 않다는 전망도 작용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현재 약 400억원 규모로 2013년 1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초기와 달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확대되면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실제 전자책 유통업체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서점과 지재권을 가진 출판사들, 전자책 콘텐츠를 N스크린으로 유통하려는 통신사들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데다 제조사까지 가세해 서로 다른 표준의 단말을 만들어 유통시키다 보니 우후죽순 플랫폼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자책 시장이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성장폭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많은 업체가 초기시장을 선점하려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보니 미국의 아마존처럼 강력한 플랫폼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