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수와 클럭, PC 성능과 무슨 관계?

일반입력 :2011/10/27 11:39    수정: 2011/10/27 13:14

남혜현 기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는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두뇌다.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이 어려운 수식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하는 것처럼, CPU 성능이 좋을 수록 PC도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해낸다.

해마다 성능을 개선한 CPU가 선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텔이나 AMD같은 칩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CPU 성능을 높이기 위해 코어 수를 늘리고 클럭 속도를 개선해왔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수십년간 CPU는 PC 성능을 대표하는 핵심 부품으로 대우 받아왔다. 컴퓨터라는 말 대신 펜티엄을 샀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러나 요즘에는 CPU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

6코어, 8코어 등 날로 똑똑해지는 CPU가 등장하는데 소비자들은 의외로 이같은 경쟁에 시큰둥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CPU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꽤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텔코리아 기술팀 안성국 부장은 그간 이슈였던 클럭속도나 코어 수 같은 CPU 기술 경쟁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아이패드에 만족하는 것이 코어 수나 클럭 때문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라 말했다.

■코어, 클럭…CPU와 어떤 관계?

코어가 사람들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히트 제품이었던 인텔 '펜티엄 D'가 보급형 PC로서는 처음 듀얼코어를 탑재해 화제가 되면서 한동안 다중 코어는 곧 그 PC의 성능처럼 인식됐다.

코어는 CPU에 내장된 처리회로 중 핵심 부분이다. 펜티엄 등장 이전에는 보통 1개의 CPU에 1개의 코어를 탑재했다. 보통 이런 형태를 '싱글 코어'라 부른다. 하나의 업무에 단일 코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사용할 경우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하나의 CPU에 두 개 이상의 코어를 탑재해 다중 업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다중 코어다. 듀얼코어면 CPU에 코어가 2개, 쿼드코어면 코어가 4개 들어가는 식이다. 동시에 여러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해 '멀티 태스킹'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업체별로 6코어, 8코어 제품을 내놓는 것도 PC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코어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으로야 코어 수를 늘리는 게 어렵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코어 갯수만큼 PC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CPU는 다중 작업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AMD코리아 류수나 부장은 아직까지 6코어, 8코어 제품에 적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더딘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PC 교체 기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안에 충분히 사용할만한 애플리케이션이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클럭도 마찬가지다. 클럭은 CPU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초당 CPU 내부에서 작업이 몇 단계로 처리되는 지를 측정해 주파수인 헤르츠(Hz)로 표시한다. 클럭 속도가 높을 수록 작업 처리량이 많아지고 빨라지기 때문에 클럭이 곧 성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클럭이 깡패'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수년전 나온 CPU와 지금 출시되는 CPU의 표시된 클럭 수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능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겉으로 표시된 클럭이 같더라도 CPU가 어떻게 설계됐는지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주변 장치 성능이 같이 개선돼야…

안성국 부장은 코어가 늘어나면서 병렬작업을 할 수 있는게 많아지긴 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PC 성능은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중요한데, 이제야 듀얼코어나 쿼드코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주고 6코어나 8코어 PC를 사도 그만큼 성능을 못느끼는 것이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관련된 문제란 설명이다. 또 소프트웨어나 작업에 따라 필요한 코어 수가 다른데, 이를 제대로 연결하는 부분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안 부장은 3D 게임이나 렌더링의 경우엔 여러개 코어가 필요하고 엑셀같은 작업에는 하나의 코어에 클럭을 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이런 부분을 고려한 코어 분배가 아직까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 칩셋 업체들이 코어 수 경쟁보다는 CPU 공정개선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공정개선을 통해 클럭을 높이지 않고도 최종 소비자가 느끼는 PC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예컨대 인텔은 CPU 제조공정을 45나노에서 32나노, 22나노로 개선해가며 미세전류를 감소시켰다. 이 경우 하나의 칩셋에 트랜지스터가 더 많이 들어가게 되므로 클럭 속도를 높이지 않고도 개선된 PC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부장은 현재로선 공정 기술 개선, 그래픽 성능이나 다른 기술 개발 등으로 소비자 PC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