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초원을 무대로 어린 사자 ‘심바’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받는 모습이 3D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올해 3D로 재탄생한 월트디즈니 1994년작 ‘라이온 킹’이다.
시각효과만을 강조하는 3D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 ‘라이온 킹 3D’의 비결은 ‘정서적 깊이감(Emotional Depth)’이다.
미국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라이언킹 3D’, ‘볼트’, ‘라푼젤’ 등 작품에 3D 스테레오그래퍼로 참여한 로버트 뉴먼은 시각효과 뿐만 아니라 정서적 효과를 함께 강조했다.
스테레오그래퍼는 3D촬영장비를 조작하고 편집과 상영까지 3D 제작 과정 전반을 관장하고 전체 작품의 깊이감을 조절하는 3D영상총괄감독이다.
그는 국제입체영상한국협회(이하 I3DS코리아) 초청으로 목동 KT올레스튜디오에서 I3DS코리아 회원사의 3D 전문가를 대상으로 월트 디즈니의 최신 3D 제작 비결을 공개했다.
뉴먼은 “신기술이 영화업계에 발표되면 색상이나 소리가 처음 도입됐을 때처럼 지나치게 몰입을 하면서 사람들이 영화는 생각하지 않고 기술 자체만 보게 된다”면서 “이러한 시기가 지나면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실제 3D가 어떻게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단계가 오는데 지금 3D가 그런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기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3D 표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작업 과정 내내 강조한 것은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3D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눈의 피로를 유발하지 않는 3D가 편안함이라는 정의도 내렸다.
지난해 개봉한 라푼젤(미국 개봉명 Tangled)은 세계적으로 6억 달러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 섬세한 3D 묘사로 주목받았다. 그는 라푼젤에서 보여준 3D 효과를 위해 ▲보는 경험이 최대한 편안한 ▲화면의 깊이를 스토리를 전달하는 도구로 ▲미학적으로 보기에 즐거운 3D 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
뉴먼은 “보기 편안한 3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과 뒤로 들어가는 부분의 한계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면서 “너무 많이 튀어나오거나 너무 많이 들어가면 사람의 눈의 시야와 맞지 않아 불편함을 준다”고 설명했다.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3D 효과가 전체 이야기 맥락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첫 3D 영화 ‘치킨 리틀’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깊이감으로 설정됐다. 스토리 텔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디즈니는 ‘로빈슨 가족’부터 3D로 깊이감을 주려는 고민을 시작했다. ‘미녀와 야수’는 2D로 제작된 영화를 3D로 컨버팅하면서 깊이감을 스토리텔링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한 첫 작품이다. 라이온킹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뉴먼은 “보통 애니메이션 만들 때 음악이나 화면 색깔이 왔다갔다하듯이 3D도 이야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3D도 음악과 마찬가지로 높낮이가 있는 차트를 만들면서 감정의 고조에 따라 3D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어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할 기술로 영화 스크린 사각의 여백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주인공 뒤에 자리하는 사물들을 연출하는 방법, 왼쪽눈과 오른쪽눈의 회전 수치를 조정하는 방법, 카메라 기법 등 입체감을 구현하는 방법 등 그가 사용한 신기술들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으려는 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참석한 3D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단순히 시각효과만을 강조하려하지 정서적 깊이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서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장편 애니메이션은 제작이 어렵지만 향후 입체효과와 정서적효과가 어우러진 3D 작품 제작을 위한 노하우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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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3DS코리아가 주최한 이번 강연은 지난 20일부터 사흘 간 일본 도쿄 미라이 CAN홀에서 열린 디지털 콘텐츠 엑스포의 국제입체영상일본협회(I3DS 재팬)과 연계한 국제 행사다. 로버트 뉴먼은 일본과 한국을 거쳐 27일에는 중국 베이징 필름 아카데미 홀에서 강연한다.
최두환 I3DS코리아 회장은 “최근 ‘라이온 킹’의 재개봉으로 3D 컨버전에 대한 회의론이 단번에 뒤집혔다”면서 “3D 기술이 상용화되고 일반화되면서 3D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최신 정보 공유와 더불어 연구 개발 및 기술선점을 통해 다양한 3D 콘텐츠 제작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