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전반에 태국 대홍수 여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품 생산은 물론 일부 완제품 제조기지가 태국에 대거 몰린 탓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태국 홍수에 따른 IT 산업에 끼칠 악영향이 올초 일본서 발생한 대지진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피해 기업의 수가 일본 지진 때보다 많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부품 공장이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완제품 조립 공장도 인건비가 싼 태국에 많이 위치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홍수로 인해 사회 인프라망 피해가 커 복구까지 걸리는 기간이 일본 대지진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했다.
■HDD 가격 폭등 조짐, PC업계 직격탄
이번 홍수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HDD 업계다. 태국은 HDD 생산량 2위 국가로 웨스턴디지털, 히타치, 도시바 등의 생산 공장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현재 생산 재개는 물론 공장 복구 시점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D 제작에 쓰이는 모터, 헤드 등을 생산하는 주요 부품 업체도 수해를 입어 당분간 공급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HDD 생산 정상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아예 다른 나라로 공장 이전 계획도 고려중이다.
당장 연말을 앞둔 PC 제조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연말부터 연초 신학기까지 이어지는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 PC업계는 주로 이 시기에 그해 전략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대만 PC 업체 관계자는 PC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탑재 노트북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무엇보다 수량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용 PC 외에도 서버, 외장하드, NAS 등 HDD 수요가 높은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조립PC 이용자들이 구입하는 소비자 시장은 벌써부터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제품 입고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소매상들이 이미 판매가를 20~30% 가량 올렸다며 재고가 바닥이 보이면 최대 2배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카메라, 日 지진 이어 '또'
지난 봄 일본 대지진 여파를 톡톡히 치룬 디지털카메라 업계는 다시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본국인 일본과 중국, 태국 등에 생산기지를 따로 둔 업체가 대부분이지만, 태국 공장 피해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 넥스-7 출시를 앞두고 있던 소니는 출시 발표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반투명 미러를 탑재한 알파65 생산 역시 태국에서 이뤄진다. 소니 카메라 주력 제품군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특히 소니 카메라 공장이 위치한 아유타나 지역은 홍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콘 역시 소니 공장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니콘도 소니처럼 주력 제품 유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형 DSLR 카메라 생산기지가 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 국내 카메라 유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품별 국내 재고 상황이 달라 일부 카메라는 이른 시기에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니콘이 발표한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은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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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과 파나소닉은 카메라 생산과 관련해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지진 피해를 수습한 후 잇따라 전략 제품을 발표한 상황에 닥친 피해라 생산과 유통에 겪는 어려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