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데이터 트래픽의 폭증에 대응하려면 물처럼 유연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유연한 네트워크여야 예측불가능한 미래 통신시장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노키아지멘스는 이를 ‘리퀴드넷’이라 부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이동통신사의 최근 고민은 데이터 트래픽 폭증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무선 트래픽에 LTE, HSPA+ 등 용량 증설에 나섰지만 늘어난 투자비용을 만회할 매출증가는 없다.
더구나 망증설 투자액은 계속 투입하는데, 트래픽 증가속도는 망증설과 용량 증가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아무리 용량을 늘려도 금방 트래픽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가입자의 품질에 대한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통신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해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표현했다.
조봉열 노키아지멘스코리아 부장은 1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통사들이 처한 현실을 해결하려면 ‘리퀴드넷’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퀴드넷은 노키아지멘스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유연한 네트워크란 표현은 이미 통신장비업체들로부터 많이 나온 얘기. 그러나, 웬만큼 유연해지는 것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액체가 어떤 모습으로도 형태를 바꾸는 것과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리퀴드라고 붙였다.
리퀴드넷에 대한 노키아지멘스의 솔루션은 하나의 기지국 장비로 여러 종류의 통신규격을 운영하는 것이다. WCDMA, LTE, GSM 등의 모든 통신규격을 한 장비로 운영하는데, 소프트웨어 교환으로 규격을 교체할 수 있다. 노키아지멘스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공급한 SDR(Software Defined Radio)이다.
“과거 ATM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훌륭한 네트워크 수단이었다. 그에 반해 IP는 불안정하다. 그런데 지금보면 ATM은 거의 죽었고, IP의 세상이 됐다. IP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 기지국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가야 유연해질 수 있다. SDR은 그런 아이디어에서 개발됐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하드웨어 교체를 하지 않게 한다. 다목적의 SDR 장비를 구축하면 LTE어드밴스드 업그레이드도 소프트웨어 교체로 이뤄진다. 이것이 완벽한 이동도 아니어서, LTE, WCDMA, LTE어드밴스드 등을 상황에 맞게 돌려가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지국 장비가 단순해지는 효과도 있다. 하드웨어가 목적별로 따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장비 안에 모든 기능을 담게 되기 때문이다.
“코어 장비의 경우 과거의 하드웨어는 HLR, 정책 차징, 인증, IMS 등에 장비를 따로 운영했다. 이를 하나에 다 모은 장비를 만들었다. 하드웨어를 가상화한 후 각각의 목적에 맞게 플랫폼을 만들어 프로세싱 파워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트래픽 피크 상황에 맞춰 용량을 유연하게 할당해 쓸 수 있고, 도입비용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처럼 리퀴드넷의 도입 필요성은 단순히 전체 트래픽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지역, 사용 패턴, 환경 등의 요인에 따라 예측불가능하게 트래픽량이 변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춰 용량을 늘였다 줄였다 해야 한다.
조 부장은 앵그리버드를 예로 들었다.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는 광고를 수시로 전송받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지속적으로 통신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트래픽이 전혀 달라진다.
“앵그리버드를 스마트폰에서 작동할 때 광고 트래픽이 352% 증가한다. 최근 영국 왕가 결혼식의 경우 전체 비디오 스트리밍은 26% 늘었는데, BBC 트래픽은 6배 늘었다. 전반적으로 트래픽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특정 피크에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용량 증설만으로 절대 대응할 수 없다.”
유연하게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코어-트랜스포트-액세스의 형태로 이뤄진 트리구조의 무선망은 유연하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처럼 얽히고 섥혀 있는 메시 네트워크여야 한다.
이는 3G, 4G뿐 아니라 펨토셀, 와이파이 등 모든 통신방식이 통합돼 유연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이종망을 적절하게 조합해 자동으로 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으로, 헤테로지니어스 네트워크라 불린다. 셀프 오가나이제이션 네트워크(SON)다.
자동화된 네트워크 모니터링도 중요해진다. 네트워크 사용 분석을 통해 고객별로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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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고객의 효용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광범위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나와야하고, 인사이트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노키아지멘스는 장비 판매 뿐 아니라 장비를 갖고 서비스 사업자가 최대 가치를 이룰 수 있도록 고객경험매니지먼트(CEM)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키아지멘스가 리퀴드넷을 통해 통신사의 비용을 줄이면서 향후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4G 시대와 리퀴드넷. 한국 이동통신 가입자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