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벤처 기업인 리트로가 촬영 후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개념의 카메라를 내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 5년만에 이룬 결과다.
美 씨넷은 리트로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개념의 카메라 신제품을 내년 초 출시한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사 창업자인 렌 잉(Ren Ng)은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라는 기술을 지난 2006년 발표했다. 이는 기존 디지털 카메라가 초점을 잡은 후 촬영된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과 달리, 사진을 찍은 후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디지털 이미지 촬영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올해 여름 여러 주요 외신을 통해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는 촬영 후 초점을 잡는 기술만 부각됐으나, 드디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리트로 카메라 3형제, 내년 1분기 출시
리트로 카메라는 1천100만 화소를 지원하는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다. 일반 디카에서 말하는 화소와는 다른 의미다. 모양부터가 범상치 않다. 투톤 색상에 4.4인치(약 11센티미터) 길이의 막대기 형태다. 약 1.5인치 터치스크린 액정 화면과 광학 8배 줌을 지원하는 밝기 F2 렌즈를 장착했다. 셔터 버튼과 전원 버튼, USB 포트를 갖췄다.
이 카메라는 색상별로 3가지 모델로 나눠 출시된다. 350장까지 기록이 가능한 8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를 갖춘 '일렉트릭 블루'와 '그라피테', 16GB 메모리로 75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레드 핫' 등이다.
렌 잉 CEO는 씨넷과 인터뷰를 통해 2012년 1분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트로 카메라는 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된다.
리트로는 렌즈 포커스 조작이 아닌 이미지 센서를 통해 초점을 잡는 점이 기존 카메라와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소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렌 잉 CEO는 리트로는 카메라 3.0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필름을 이용한 카메라가 1.0, 일반 디지털 카메라가 2.0이라면, 리트로의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 기술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먼저 찍고 나중에 초점을 맞추는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 기술은 다양한 방향에서 렌즈를 향해 들어오는 빛을 이미지 센서가 모두 담는다. 따라서 특정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셔터 버튼을 눌러 이미지 센서에 기록된 빛의 정보를 모은 뒤, 사용자가 초점을 재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기존 카메라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 곳을 촬영한 후 다양한 거리에 따른 초점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즉 카메라를 촬영하려는 방향으로 들고 우선 찍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렌 잉 CEO는 사진을 촬영하는데 피사체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우선 찍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순간적인 촬영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리트로 카메라는 3D 이미지 촬영도 가능하다. 기존 3D 카메라처럼 2개의 렌즈와 센서도 필요없다.
모든 방향에서 반사되는 빛을 모두 담기 때문에 이후 입체 영상에 맞는 빛의 정보를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 수 있는 식이다. 단, 리트로는 3D 촬영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추후에 공개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도전
업계는 리트로가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을 얼마나 대중에게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설득시키는 일은 험난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들은 카메라 조작을 통해 촬영의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크다는 이유다. 아울러 어도비 포토샵 등을 통한 촬영 후 후보정 작업도 대중들이 사진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외신은 리트로와 유사한 사례로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포베온(Foveon)의 예를 들었다.
포베온은 세계 최초로 이미지 센서에 층을 두고 RGB 색상을 흡수하는 3레이어 이미지 기술을 개발, 특허 등록을 했다. 이 기술은 다른 이미지 센서에 비해 보다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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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베온은 끝내 써드파티 렌즈 제조사로 잘 알려진 시그마에 인수됐다. 현재 시그마 카메라에 탑재되고 천체 카메라에 쓰이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 외신은 리트로는 포베온의 길을 밟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